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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식 합리주의와 중국 경제해법 外


베이징 시내에서 도로를 건너는 일은 한국인에게는 엄청난 모험이다. 중국인들을 따라 무단횡단을 하자니 너무 위험해 보인다. 그렇다고 횡단보도의 사정이 나은 편도 아니다. 우회전 차량은 보행자 신호에도 여지없이 밀고 들어온다. 여기에 좌회전 차량은 좌회전 대기선이란 선을 따라 사거리 가운데에 아무 거리낌없이 자리를 잡는다. "이런 중국X들 같으니라고"라고 욕이 절로 나온다.

베이징에 체류한 지 한두 달이 지나면 무단횡단이 익숙해진다. 좌회전 차량이 사거리 가운데 튀어나와도 불법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교통소통에는 도움이 된다는 중국인들의 말에 공감이 간다. 3~4대가 앞으로 나오면서 사거리 대기 차량이 더 편할 수 있고 꼬리물기도 덜하다는 논리다. 중국인의 묘한 합리성에 가끔은 매력을 느낀다. 어이없는 상황임에도 그들만의 해결책을 내놓고 그조차 쉽지 않을 때는 시간이 해결한다는 게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다.

중국식 합리성은 중난하이 최고지도자들의 정책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급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서구 언론과 대형투자은행(IB)들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떠들어대지만 7.5% 성장 목표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다른 신흥국 같았으면 벌써 꼬리를 내리고 부양책을 찾아 호들갑을 떨겠지만 중국은 태연하다. 아니 오히려 서구의 디스카운트 공세를 역이용한다. 권력집단이 돼버린 국유기업과 금융권을 개혁하기 위한 좋은 빌미를 만들었다. 골칫거리던 지방부채와 그림자금융 해결의 실마리가 '경착륙 위기'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6월 단기긴용경색에서 보여준 리커창 총리의 일관된 정책방향(유동성긴축)의 가장 큰 힘이 된 것이 그렇게도 중국 경제를 의심했던 서구언론이었다.

대형 IB들이 주장하는 중국 경제 경착륙 시나리오의 저변에는 지방부채의 위험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4조위안 정도로 추정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중국의 자금 여력은 아직 탄탄하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3,000억달러에 달하지만 외채 잔액은 7,000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림자금융의 실체는 돈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자산관리상품에서 머물며 금융권에서 공회전하는 운영의 문제일 뿐이라는 게 중국내부의 분석이다. 서방언론과 대형 IB들이 중국을 흔들고 단기 신용경색 등 잠깐의 위기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라는 게 중국 지도층의 생각이다.



중국 경제가 활강을 마치고 착륙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8%의 고성장 시기를 20년 넘게 이어왔고 중국 지도부의 중국식 합리성에 바탕을 둔 리스크 관리로 지금까지 활강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중국 스스로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이미 랜딩기어를 내렸다. 시간이 해결한다는 중국식 합리성답게 몇 년 전부터 성장방식을 수출에서 내수소비로 전환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산업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예고했다. 리코노믹스라고 말하면서 마치 전혀 없던 정책이 쏟아지는 것처럼 난리법석이지만 중국은 나름대로 긴 활강을 마치고 착륙을 준비해왔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더 이상 착륙을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다.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위해 성장률 둔화도 감내하겠다는 점에서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인가 아니면 연착륙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곤란하다. 이 보다는 착륙을 시작한 중국 경제가 착륙 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이해는 중국식 합리성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름철 한국의 서점가를 휩쓰는 '정글만리'의 조정래 작가는 40년 중국의 발전을 기적이 아닌 중국인의 '피땀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때를 기다리고 배팅을 하는 중국식 합리주의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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