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문화콘텐츠의 중심 미국 LA에 상륙한 한류 파워는 막강했다. 24~25일(현지시각)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서 이틀간 열린 ‘CJ 케이콘(K-CON) 2013’은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미국 팬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케이콘은 K-팝을 매개로 패션ㆍ식품ㆍITㆍ자동차 등 한국 기업과 제품, 콘텐츠를 체험하는 일종의‘한류 마켓 페스티벌’이다. 이틀간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 체험이 진행된 케이콘 100개 부스는 그야 말로 북새통이었다. 미국 LA에서 한류를 매개로 CJ, 현대차, 농심, 아시아나 등 한국 기업들이 뭉쳐 신개념의 한류 경제학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문화와 산업의 융합 모델을 창출하며 한류효과를 경제전반에 확산시키는 새로운 글로벌 창조경제의 모델을 알리는 자리로 평가받았다.
K-팝 2년 차 섀넌 러더(16)는 “EXO, 지드래곤 등 K-팝 아이돌 그림을 그려 판 돈으로 R석(200달러) 3장을 구입해 조부모와 함께 왔다”며 “음식, 패션, 뷰티 등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대학원은 반드시 한국으로 갈 계획”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류 열풍이 뜨거웠던 또다른 곳은 비빔밥 시연회를 진행한 비비고 ‘K-푸드 클래스’. 100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했지만 행사 1시간 반 전에 예약이 완료됐다. 바로 옆 ‘겟잇뷰티’부스에서는 K-뷰티 메이크업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한스킨, 차앤박 등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 패키지가 판매 개시 10여분 만에 완판됐다. 농심 부스에서 만난 마야 모이어 씨는 “한국라면의 매운 맛은 중독성이 강하다”면서 세 컵째 ‘신라면컵’을 시식했다. 도요타와 경쟁하다 참가업체로 낙점된 현대차 부스에서는 ‘벨로스터’와 ‘산타페’등을 앞세워 젊은 고객들을 유인했다. 액세서리업체 엠주, 이도 녹차, 하이첸 화장품 등 이번에 케이콘을 통해 처음 해외 진출을 하게 된 국내 중소기업 부스도 북적대긴 마찬가지. 녹차 티백 1개에 2달러씩이나 했지만 10~20대 젊은이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 주저 없이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작된 케이콘은 미국 통신사 버라이존과 현대차 2곳의 공식스폰서를 뒀다. 참가 기업이 지난해 30곳에서 75곳으로 확대됐고 협찬 액수도 7배로 늘었다. 지난해 100달러였던 콘서트 VIP 좌석이 올해는 300달러로 껑충 뛰었지만 개시 10분만에 1,200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총 1만1,000석이 삽시간에 동났다. 이번 케이콘 참가자 수는 콘서트 관람객을 포함해 전년보다 2배 늘어난 2만 명을 넘어서며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겼다. 교민은 20%에 불과하고 관객의 80% 이상이 모두 미국인이었다.
케이콘은 당초 이미경 CJ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몇 년 전 해외에서 열린 세계 3대 이종격투기의 하나인 UFC를 방문했다가 격투기 골수팬을 잡기 위해 선수들과의 팬미팅을 포함해 다른 콘텐츠를 결합한 신개념 ‘문화컨벤션’을 목도한 이 부회장은 2011년 “CJ가 가진 모든 콘텐츠를 융ㆍ복합할 수 있는 문화컨벤션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은 “CJ그룹이 가진 문화, 식품, 영화, K-팝 등 콘텐츠의 융복합에서 케이콘 모델의 해답을 찾았다”며 “한류에 열광하는 해외 팬을 직접 찾아 한국 브랜드의 종합적인 체험의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3대 전략 국가인 일본, 중국으로 확대해 케이콘을 연 3~4회 개최할 계획이다. 2015년 이후에는 동남아까지 확대해 케이콘을 연 8회로 늘려 아시아에 한류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이어 2020년 이후에는 유럽과 남미, 중동지역까지 한류 팬덤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날 행사를 참관한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케이콘이 CJ만의 잔치가 아닌 ‘코리아 컨벤션’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참가해야 할 것”이라며 “한류를 원동력으로 음식, 예술 등 여타 산업까지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