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예술에도 생명을 불어 넣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구글 '아트프로젝트'다. 구글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유명한 미술작품을 디지털 카메라의 1,000배 수준인 120억 화소로 촬영해 컴퓨터로 보여준다. 수 백배 확대해도 선명한 화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었던 수백 년 전 예술가의 손놀림과 숨소리가 IT기술을 타고 그대로 전달돼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바보상자 TV도 IT를 만나 예술을 품게 됐다. TV가 초고화질(UHD) TV로 진화하면서 예술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UHD TV는 기존 HDTV(고해상도TV) 보다 4배 이상 선명하다.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등에 직접 가서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이 TV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UHD TV의 성공은 하드웨어(TV 가격)와 소프트웨어(콘텐츠)에 달렸다. UHD TV가 잘 구현될 수 있는 IT기술의 뒷받침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UHD TV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UHD TV가 IT기술의 발전을 재촉하는 상황이다.
UHD TV는 HDTV보다 정보량이 최소한 4배 이상 많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신과 전송 등 수 많은 연관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필요로 한다.
고해상도 화면이 담긴 대용량의 데이터를 압축하고 저장하고 보내는 기술이 필수다. 또 고화질 영상 전송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 확충이 따라줘야 한다. 유선 전송기술은 1초당 기가비트급 이상, 무선 통신기술은 LTE-A(롱텀에볼루션)급 이상의 속도가 나와야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황창규 KT회장이 지난 20일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선언하고 GiGA TV를 선보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드웨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TV는 물론 모바일과 카메라 등으로 고화소 경쟁이 확산될 것이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통합처리장치(APㆍApplication Process)의 그래픽 처리 능력은 한층 더 강화돼야 하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동하기 위한 대용량 메모리와 배터리 등 주변 하드웨어의 최적화도 요구된다.
차세대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UH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TV제조사와 콘텐츠 제작사, 이통사, IT관련 기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판매량은 지난해 160만대에서 올해는 1,242만대로 8배, 내년에는 3,017만대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보급형 제품이 출시되면서 가격은 내려가고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40인치대 가격을 100만대로 낮췄고, 소니와 LG전자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가격을 내릴 채비를 갖췄다.
UHD 콘텐츠 공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아마존과 넷플렉스는 올해 UHD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넷플렉스는 지난해 '하우스 어브 카드'를 제작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올해는 '하우스 어브 카드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다. 넷플렉스 CEO는 "UHD 콘텐츠 최대 공급업체가 될 것"이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마존도 자체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 동영상 서비스인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를 통해 5편의 코미디와 드라마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유튜브도 초고해상도 동영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CJ헬로비전과 삼성전자, 씨앰엠과 LG전자가 각각 손을 잡고 UHD 스마트 TV셋 기반의 TV앱으로 UHD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ETRI와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관련 실시간 UHDTV 기술을 선보였다. KT미디어허브와 SK브로드밴드도 IPTV UHD 서비스 시연회를 준비 중이다.
UHD 방송이 상용화되면 CCTV, 블랙박스 등 감시 카메라 화질도 대폭 좋아져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 등의 인식률도 높아진다. 보안과 국방 산업에서도 상당한 수요가 예상된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유출에 따른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도 커지는 셈이다.
UHD TV는 IT기술 발전의 결과물이자, 발전의 촉매제이기도 하다. IT기업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준비하고 도전하는 기업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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