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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커야 나라가 큰다] <5·끝> 멀어져 가는 기업천국

한국서만 '부자 감세' 논란으로 법인세 인하 등 우왕좌왕<br>대만·싱가포르·홍콩 등 경쟁국 활발한 친기업 정책 펼치며 민간투자·성장률 상승 이끌어<br>선진국처럼 근로자 파견 범위 확대… 해고 유연성' 높이는 작업도 필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한창이다. 대만ㆍ싱가포르ㆍ홍콩 등이 법인세를 앞다퉈 내려 '기업의 천국'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업승계를 보장해줘 기업할 의욕을 북돋아주는 상속세 폐지도 활발하다. 뉴질랜드와 홍콩ㆍ싱가포르 등은 아예 상속세를 없앴고 미국도 올 한해 동안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처럼 세계는 더 좋은 기업환경을 위한 법적ㆍ제도적 정책들을 잇따라 만들고 있지만 한국만은 예외다. 한국은 여전히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과 제도가 뿌리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포춘'지가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수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140개, 일본 68개, 프랑스 40개, 독일 39개 순이다. 잘사는 나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 것이다. 중국도 지난 1997년 3개에서 지난해 37개로 크게 늘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1997년 13개에서 지난해 14개로 거의 같다. 한국이 글로벌 기업 수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은 기업하기 힘든 환경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5,000만명 인구가 잘살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더 커져야 하고,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경쟁국은 법인세 인하 경쟁=대만은 지난 2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5%의 경제성장을 했다. 올해 1ㆍ4분기는 13.7%로 무려 31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8.24%로 1990년 이래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마잉주 정권의 친기업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은 기업투자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법인세율 인하. 대만 정부는 1월 법인세율을 25%에서 20%로 인하한 데 이어 5월에는 17%로 3%포인트 더 내리고 올해부터 소급 적용했다. 불과 1년 사이에 법인세율이 8%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반면 한국은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0%로 인하할 예정이었지만 '부자 감세' 논란이 일면서 인하 시기를 오는 2012년으로 2년간 유예했다가 이마저도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만이 과감한 법인세 인하를 통해 민간투자와 성장률을 끌어올리며 질주하는 사이 한국은 '부자 감세'라는 포퓰리즘에 막혀 우왕좌왕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할 경우 24.2%로 중국의 25%와는 비슷하지만 대만ㆍ싱가포르(17%), 홍콩(16.5%) 등 아시아 경쟁국보다 높다. 싱가포르는 올해부터 종전 18%이던 법인세율을 17%로 내렸고 홍콩은 이에 앞서 2008년 법인세를 17.5%에서 16.5%로 인하했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경쟁국을 따라가기보다는 선제적으로 법인세를 낮춰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업 상속에 대한 지원도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프랑스(60%), 독일(50%), 일본(50%)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상속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와 같았던 대만은 2009년부터 상속세율을 10%로 크게 내렸고 뉴질랜드와 홍콩ㆍ싱가포르는 아예 없앴다. 캐나다ㆍ호주ㆍ스웨덴 등은 상속세 대신 소득세의 일종인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독일과 일본 등도 최근 가업 상속에 대한 세제지원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가업 상속 공제율을 35%에서 85~100%로 대폭 늘렸다. 일본은 2008년 중소기업 비상장주식에 대해 상속세 납세유예 특례제도를 신설했다. ◇선진국은 고용유연성 확보 주력=세계은행의 '2010 기업환경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고용ㆍ해고 분야 순위는 조사 대상 183개국 가운데 150위로 바닥권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고용의 경직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선진국들은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지만 독일은 신규 창업시 최장 4년간 임시직 근로자 사용이 가능하다. 또 영국은 기간제 근로자를 4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미국은 기간 제한 자체가 없다. 근로자 파견에 대해서도 한국은 파견 허용 업종만 규정하고 다른 업종은 금지시키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1999년 파견법 개정을 통해 일부 특수직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했다. 일본은 또 2004년부터는 제조업에서도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해고의 유연성을 높이는 작업도 활발하다. 독일은 2005년부터 신규 직원 채용시 수습기간을 6개월에서 24개월로 연장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도록 했다. 호주는 100인 이하 기업을 부당해고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 파견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하고 해고에 있어서도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면서 "선진국처럼 능력에 따른 인사관리를 강화하고 해고의 유연성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정치권 과도한 개입 줄여야"
■ 전문가가 본 해법은… 기업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시장 경쟁 결과 존중 필요 "무엇보다 기업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기업들의 자율적인 경영환경을 보장해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최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움직임이 시장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시장에 대한 역할을 최소화한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일을 정부가 다 해낼 수 있다는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가능한 한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장에서의 경쟁결과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첨단 디지털시대 속에서 대기업을 윽박지르고 중소기업을 과잉 보호하는 정부의 아날로그적인 관치는 결국 치명적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 뒤 "최근 정부가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이라는 명분에 너무 집착해 시장경쟁논리를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 교수는 "다가올 미래는 설비투자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소프트웨어의 시대인 만큼 기업을 윽박질러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인들이 특유의 도전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시장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고임금과 높은 부동산 임차비용, 노사갈등으로 대표되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도 직접 행정 지도에 나서기보다는 기업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의 해묵은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교육에서부터 기업의 역할과 기여를 제대로 인정하는 한편 우수 기업인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고언도 나왔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쳤던 현 정부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친서민'으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하면서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며 "이는 결국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더욱 조장해 기업가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려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변화에 따라 정책 메커니즘이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제는 산업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정책도 새롭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한시적인 조건부 개입이나 단계적인 접근으로 산업정책을 펼쳐나가되 정책 시행 후 그 결과를 면밀히 평가해 정책의 폐지 또는 유지, 확장 여부를 정하는 실용적인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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