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물가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있다. 일례로 국제 인력자원 컨설팅회사인 머서가 지난 2007년 세계 143개 주요 도시를 상대로 한 소비지출 조사에서 모스크바와 런던이 세계 1ㆍ2위를 차지했고 서울이 3위에 올랐다. 빅맥지수는 영국의 저명한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국가별 상대적 물가수준과 환율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1986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빅맥지수는 전세계 120개국에서 판매되는 미국 맥도날드사의 ‘빅맥(Big Mac)’ 가격을 비교해 산정된다. 빅맥지수는 빅맥이 전세계 어디서나 재료의 구성, 조리법 및 크기가 표준화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빅맥 가격을 미국 달러화로 환산해 국가간 상대적 물가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에서의 빅맥 가격이 각각 3,000원과 250엔이고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각각 1,000원과 100엔이라면 양국의 달러 환산 빅맥 가격은 3.0달러와 2.5달러가 돼 한국의 물가수준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한다. 또 빅맥지수는 임의의 한 나라와 미국의 빅맥 가격의 비율로도 나타낼 수 있는데 이를 실제 환율과 비교해 한 나라의 시장 환율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 빅맥지수가 실제 환율보다 높으면 저평가를, 낮으면 고평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빅맥 가격이 3.0달러이고 한국에서 3,000원이라면 빅맥지수는 1,000(3,000/3.0)이 된다. 같은 시기에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이라면 원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10% 정도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빅맥지수는 국가 간 물가수준과 적정환율을 판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단점 또한 내재하고 있다. 빅맥 가격은 빅맥의 재료가 되는 빵ㆍ야채ㆍ고기 등 원재료 가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비(非)교역재인 인건비, 건물 임대료 등이 반영된다. 그러므로 물가수준이 높은 노르웨이ㆍ덴마크ㆍ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빅맥 가격 수준은 항상 미국보다 높게 나타나며 이들 국가의 통화는 미국 달러화에 비해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나라마다 식습관이 다양해 빅맥을 소비하는 빈도와 소비량에 차이가 많이 난다. 그 외에 세금, 경쟁 정도, 관세 등도 나라마다 상이하므로 빅맥 가격은 그 나라의 경제상황 전반을 아우르지는 못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햄버거가 ‘정크푸드’의 대표 음식이 되어 전세계적으로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빅맥지수의 유용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2004년에는 스타벅스의 커피를 소재로 한 ‘톨 라테 지수’가 출현하였고 2007년에는 오스트리아의 한 은행이 ‘아이팟(ipod) 지수’를 개발해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지수들은 모두 빅맥지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됐다. 실제 2001~2008년을 살펴보면 한국의 빅맥 가격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빅맥 가격은 30.3%나 상승한 반면 일본은 13.4% 상승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물가수준은 비교 대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원화 환율은 빅맥지수와 비교할 때 상대적 저평가 현상이 지속돼왔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890원대였지만 빅맥지수는 950원대로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고평가 현상이 일시에 해소된 후 저평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원화 환율의 저평가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를 견인한 수출에 기여한 바가 크다. 국내 물가의 급속한 상승은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므로 상품의 유통구조 개선, 가격결정체계 정비를 통한 물가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빅맥지수는 자체 한계로 유용성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상황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는 ‘지수’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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