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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열기자 법조이야기] 여자로 성전환 수술한 남자 성폭행 판결
입력1999-12-15 00:00:00
수정
1999.12.15 00:00:00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받지 않는다.최모씨(당시 27세)등 2명은 지난 95년4월24일 자정이 넘은 12시30분께 서울 용산구 H호텔주변을 서성이던 미모의 30대 A씨를 만났다. 최씨 등은 A씨를 꾀어 자신들의 승용차 납치,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건물 부근 골목길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여성을 강제로 성폭행만큼 강간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취조하던 경찰관은 피해자의 주민번호가 남성것임을 알고 화들짝 놀란다. 피해자의 주민번호 580803-1XXXXXXX번이었다. 남성이었던 것이다.
피해자는 자신의 신체변화를 털어놓았다. 남자중학교를 졸업한 자신은 어릴때부터 여자옷을 즐겨 입고 고무줄놀이 같은 여자들이 하는 놀이를 즐기는 등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해와 89년부터 수년간 여장(女裝)남자행세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A씨는 91년 일본으로 건너가 두차례의 성전환 수술을 받고 유방과 성기능 등 여성의 신체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신체비밀을 고백했다. 그는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했지만 보통의 여자와 같이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으며, 성적쾌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피해자진술을 마친 경찰은 성폭행범들에 대한 법률적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형법에는 강간죄의 적용요건을 피해자가 「부녀자」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성전환 여성이 부녀자로 볼 수 없을 경우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고 강죄추행죄만 성립되기 때문이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도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는 마찬가지. 서울지검 형사3부 박종환검사는 「여자로 추정된다」는 의사의 진단 「남자인줄 모르고 성폭행했다」는 최씨 등의 진술 어릴 때부터 여자로 알고 살아왔다는 A씨의 진술 등을 종합해 강간죄로 기소한 뒤 강제추행죄 부분을 추가로 적용시켜 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이 여성으로서 성전환한 사람을 정조보호대상자로 보고 가해자를 기소한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서울지법 형사21부(재판장 서재헌부장판사)는 95년10월11일 성염색체나 성호르몬분비 등 선천적인 이상이 없는데도 수술을 해 여성의 겉모양만을 갖춘 A씨를 부녀자로 단정할 수 없다며 최씨 등에게 강제추행죄만을 적용, 징역2년6월을 선고했다.
이같은 판례취지는 항소심인 서울고법과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계속 이어졌다. 대법원은 제1부(주심 정귀호·鄭貴鎬대법관)는 96년6월11일 『A씨를 여성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최씨 등에게 강간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 등만을 인정,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는「부녀」에 한정하고 있는데 A씨의 경우 성전환 수술로 외관상 여성으로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염색체의 구성(이 사건에서 A씨의 염색체는 여전히 남성인 XY)이나 임신·출산을 하지못하는 등 의학적으로도 완벽한 여성이 아니므로 모성의 보호를 기본취지로 하는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州)에서 남성도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성전환을 판결로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80년대에 특볍법을 마련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시대변화에 따른 법안도입이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 같다.
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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