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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내마음의 풍금'

이영재 감독 작품 「내마음의 풍금」은 설익은 밥처럼 씹기가 투박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나오는게 아니라 이만 아프고 텁텁하다.60년대 강원도 산골에 총각 선생 강수하(이병헌 분)가 부임한다. 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홍연(전도연 분)은 초등학생이지만 17살 처녀. 그러나 강 선생은 연상의 여교사 양은희(이미연 분)에게 흠뻑 빠져드니 요상한 삼각관계가 설정된다. 홍연은 처읍부터 끝까지 총각 선생을 사랑하고 총각 선생 역시 끝까지 양 선생을 사랑한다. 감독은 요새말로 「절제의 미학」을 너무 과도하게 남용했다. 절제가 지나쳤다는 얘기다. 때문에 60년대의 강원도 산골마을이 가난하기는 한데 그 지겨움이 드러나지 않고, 무엇보다 홍연에게서 여자냄새가 안난다. 그러니 총각 선생이 시골 처녀의 막무가내식 연정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도무지 고민하는 기색이 없다. 관객이 보기에도 처녀같지 않으니 극중 남성도 이에 동조하는 것 같다. 또 개구쟁이 시골 아이들의 입에서는 거의 서울말만 튀어나오고, 벽에 그린 야한 낙서에도 울긋불긋한 색연필이 남용되고 있다. 장면마다 시간 배치가 적절하지 않아 세월아 네월아 하는 식도 눈에 거슬린다. 「내 마음의 풍금」은 따뜻한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너무 허술한 것이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잔재미를 주려면 주인공들의 내면 세계가 미묘한 변화와 갈등을 보여야 하는데, 마치 성장을 멈춘 사람들처럼 변화가 없다. 아련한 추억의 세계로 빠져들려는 나이 많은 관객에게는 리얼리티에 상당히 흠이 있고, 가슴 설레는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젊은 관객에게는 되다 만 밥처럼 다소 짜증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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