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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질병 감추지 말자

전염성 강할수록 빨리 알려야

옛 역사를 보면 전쟁터에서 상대편에게 아군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계략을 쓰는 장수 얘기가 종종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노적봉의 전설’ 인데 식량이 떨어져가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작은 산봉우리를 볏가리로 덮어 그 전체가 볏가리인양 보이게 한다든지 흘러내려가는 냇물에 횟가루를 풀어 날마다 많은 쌀을 씻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다. 남에게 알려져서 불리한 것은 감추고 알려서 유리한 것은 알린다는 것이 현대 마케팅의 기본이다. 이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에도 필요하다. 최근 중국 쓰찬성에서는 괴질이 발생해 20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한다. 중국은 G8 정상회담 기간에 이를 소문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7월이 되어서야 이 질병이 돼지고기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원인이 된 돼지 연쇄상구균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긴급 조치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 감염자는 130명선으로, 희생자는 30여명으로 늘어났다. 중국이 돼지고기가 감염원이란 사실을 뒤늦게나마 널리 알리고 나선 것은 2년 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조류독감(Sars)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그래도 국익에 덜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사실 후진국형 질병인 세균성 전염병의 경우 바깥 세계에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좀 창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국가는 이를 되도록 쉬쉬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전제주의 국가일수록 이런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런 일을 쉬쉬해서 국익에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재작년 중국 광동지방에서 시작된 사스가 초기에 진압되지 못한 것도 중국이 이를 신속히 외부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경우는 바깥에 신속히 알리는 것이 더 옳다. 우선 다른 지역으로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세계인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이 질병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의료단체나 의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보다 신속히 이 질병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질병은 소문 내라’는 말도 있거니와 개인의 경우도 병에 걸렸을 때는 되도록 주변에 널리 알려서 좋은 치료법이나 의사에 대한 정보를 빨리 구하는 게 현명하다. 질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므로, 그것이 창피하거나 약점이라고 생각하여 쉬쉬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심한 행동이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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