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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페라 '아이다'

[리뷰] 오페라 '아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창작에 있어서 만큼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본인 스스로 예술적 충동이 일지 않으면 절대로 작품에 손을 대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19세기 후반 이집트 정부는 그런 베르디에게 거액을 제시하면서 「아이다」 작곡을 청탁했다. 베르디는 물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예술적 충동이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나리오를 보자 베르디는 생각을 바꿨다. 고대 이집트의 전성시대 멤피스와 테베를 배경으로 한 전쟁과 사랑 이야기는 단숨의 베르디의 상상력을 자극,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도 『음악적 수준에서 나를 능가했다』며 격찬하고, 멘델스존과 바그너도 『「아이다」 앞에서는 녹초가 될 지경』이라 토로한 대작 오페라 「아이다」가 탄생했다. 물론 이집트 정부가 제시한 15만 프랑이라는 작곡료도 베르디에게 전달됐다. 오페라 「아이다」에 얽힌 베르디의 일화는 국내 무대에 선보인 오페라 「아이다」에 기대를 갖게 했다. 내년은 「아이다」의 작곡가 베르디가 세상을 뜬지 100째 되는 해. 국제오페라단은 이를 기념해 「아이다」를 지난달 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렸다. 10월 22일까지 다섯 차례 예정된 공연 중 첫 날인 9월 30일 무대는 2,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성황이었다. 한 마디로 대작 「아이다」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무대였다. 『제작비가 보통의 오페라 보다 두 배 가까운 6억이 들었다』는 오페라단 관계자의 설명을 굳이 부연하지 않더라도 이번 「아이다」에 쏟아부은 인적·물적 공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성남시립합창단, 조승미발레단을 비롯한 300여 명의 출연진들이 펼쳐보이는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 화려한 춤사위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흔히 듣던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라는 말을 확실하게 실감케 했다. 무대장치 역시 「아이다」의 웅대함을 잘 살려주었다. 잠파올로 젠나로(Gimpaolo Zennaro)의 연출에 기본적인 장치는 물론 의상과 소도구까지 모두 이탈리아로부터 들여와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며냈다. 특히 무대 중앙과 외곽을 옮겨다니며 주인공 라다메스의 인생유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준 피라미드 모형은 젠나로의 「철학있는」 무대연출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오페라 무대연출의 다양성을 자극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날 가장 돋보였던 인물은 역시 암네리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그는 때론 열정에 찬 목소리로 때론 애절한 절규로 이집트 공주 신분으로 장군 라다메스를 사랑하면서도 아이다로 인해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암네리스의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질투로 불타는 여인의 눈빛, 재판정에서 사형을 받게되는 라다메스를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가련한 외침…. 김학남은 무대 위에서 그렇게 암네리스가 돼 있었다. 오페라 가수라면 가창력도 물론이지만, 무대 연기자로서 연기력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김학남. 그는 오는 11월 9일 러시아 국립오페라 하우스에서 「아이다」의 주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라다메스 역의 테너 김남두,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서혜연, 람피스 역의 베이스 김요한. 국내 오페라계의 「드림 팀」이라 해도 손색 없을 이들 주역들은 이날 「아이다」를 수준 높은 공연으로 만들었다. 1막 1장의 라다메스의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에서 김남두는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몰입」의 길을 열어주었고, 서혜연은 라다메스에게 바치는 아이다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에서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과시했다. 다만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서혜연이 김학남 못지 않은 연기력까지 갖추었더라면 국내 무대에 오른 오페라 「아이다」가 좀 더 완벽에 가까운 것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있었다. 국제오페라단의 「아이다」는 3일·20일·14일·22일 네 차례 무대에 더 오른다. 평일·토요일 오후7시30분, 일 오후6시, (02)588-0768. 문성진기자 입력시간 2000/10/02 17:3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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