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조숙조로형 한국경제/박승 중앙대교수(송현칼럼)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 더구나 대학을 졸업한 후 취직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생각하고 그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그러하다. 예컨대 미국의 한국인들은 재학중에는 대개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인은 대기만성형이 아니라 조숙조로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오늘의 한국경제가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초기적 성장은 눈부신 바 있었다. 우리나라만큼 빠른 속도로 중진국의 문턱을 넘은 나라는 없다. 예컨대 영국의 공업화는 1760년대부터 2백여년에 걸쳐 이루어낸 과업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불과 한세대에 일구어낸 것이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이제부터 갈길은 선진화의 길이다. 좋은 생활환경, 합리적인 사회질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우리의 장래는 불확실하다. 이대로 간다면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째 문제는 삶의 질을 선진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후진단계에서의 국민생활은 먹는 것과 입는 것이 결정한다. 그러나 앞으로 생활을 선진화하자면 맑은 물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교통난이 없고, 자녀교육 잘 시킬 수 있고, 손쉽게 내집 마련할 수 있고, 좋은 휴식공간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이러한 생활공공재의 공급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구는 많고 국토는 좁다는 자연적 조건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 과잉집중이나 생활공공재에 대한 정책실패, 그리고 생활공공재 문제를 개인저축으로 해결하려는 국민들의 그릇된 생활자세 등이 근본원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는 고물가국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때문에 경제성장의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토지가 모두 사유화되어 있고 그것이 가장 좋은 투자대상이 된 토지 본위국이다. 그래서 땅값이 세계적으로 비싼 나라다. 땅값이 비싸고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생활향상 욕구는 다른 나라보다 강렬하다. 그런데 온식구가 노동시장에 나오는 관행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임금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물류비용이나 교육비와 같은 사회간접비도 다른나라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모든 고비용요인은 기술혁신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과연 그럴 만큼 우리나라 산업의 생산성혁신이 다른 나라를 앞지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끝으로 의식구조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문제다. 선진사회를 이룩하자면 합리적인 사회질서와 높은 사회적 능률이 구현되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후진적인 의식구조로는 이것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집단주의의 문화전통에서 오는 의식의 후진성은 한국의 선진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 개인주의가 발전하지 못하고 나와 내 가족, 혈연, 지연, 학연 등 소집단 중심의 이기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합리, 개방, 효율의 사회질서 구축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는 조숙조로형으로 이끌어질 것이다. 경제는 고비용 저능률로 인하여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민소득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물가는 비싸고 살기는 각박한 이른바 고소득 고물가 저생활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이것은 심각하고도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기본문제를 시정하자면 관계되는 모든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대개조운동이 있어야 한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역사적 비전을 가지고 개혁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