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IMF 외환위기에 견주어 상황이 더 나쁘다는 지적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오히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래서 이번 경제위기가 우리 기업들에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민간 연구개발(R&D) 투자촉진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지금과 같은 위기가 오히려 기술혁신을 통한 미래의 기술경쟁력 확보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한 발 앞선 R&D 투자로 두 발 빠른 기술강국론’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1997년 IMF 사태 당시 우리 기업들은 급격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R&D와 인재투자에 소홀했다. 심지어 R&D 인력을 가장 많이 축소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선진 기업들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사회적으로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은 자산이 돼 다행히 많은 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R&D 투자 규모를 소폭이나마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D 연구인력 등 핵심인재 확보에는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IMF 사태에 비하면 놀라운 인식의 변화다. 지식경제부와 산업기술재단이 주최한 포럼(위기를 기회로:기업의 전략과 R&D)에서도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R&D와 인재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인재와 R&D에 투자해 불황을 극복한 기업들의 사례도 많이 소개됐다. 캐논이 디지털카메라라는 세계적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고 눈부신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1990년대 장기불황 속의 과감한 R&D 투자였다고 한다. 캐논은 R&D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의하고 경제위기 속에서도 매출의 7~8%를 R&D에 투자했다. 그 결과 1999년부터 10년간 연평균 매출 5.5%, 순이익률 17.9%의 눈부신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세계적 유리 기업인 코닝사도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주력인 광섬유 사업이 큰 위기를 맞았으나 그 기간에도 R&D 투자는 오히려 매출액의 15%까지 늘렸고 그 결과 2005년부터 4년간 순이익이 700%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 역시 외환위기 당시 국내 철강수요가 40%씩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연간 1,000억원씩을 투자해 파이닉스 공법 개발에 도전, 15년에 걸친 R&D 투자 끝에 지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생산원가를 20% 낮추고 에너지 소비도 10% 낮추는 데 성공했다. R&D·인재에 과감한 투자를
운동선수에게는 경기가 없는 겨울시즌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좋은 기회다. 소위 동계훈련이라고 하는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 선수 개개인의 실력도 향상되고 소속팀의 좋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에 있어 설비투자, R&D 투자, 해외시장개척 등은 운동경기로 치면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기침체기의 동계훈련이다. 일자리 나누기, 고통분담, 구조조정 등 수비력 강화훈련도 중요하지만 수비력 강화만으로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 R&D와 인재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동력이자 불확실한 현재에서 미래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혹독한 동계훈련을 이겨내고 다음 시즌 승리를 꿈꾸는 운동선수처럼 글로벌 경기침체 시기에 R&D와 핵심인재에 과감히 투자하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혜안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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