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물가를 잡겠다면서 품목을 선정, 관리해온 이른바 ‘MB물가’가 흔들리고 있다. 법원의 판결로 사교육비 인상을 막기 위한 학원 수강료 상한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기름 값을 잡기 위한 대형 마트의 주유소 사업 진출도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로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서민 체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2%대 후반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물가목표는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학원 수강료 상한선 폐지로 학원들의 수강료 인상이 이어진다면 교육물가가 물가상승을 압박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학원 수강료 상한선이 ‘헌법에 배치된다’는 판결에 따라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했던 사교육비 경감대책도 세부계획 발표 한달 만에 벽에 부딪혔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출발점인 학원비 단속 자체가 힘들어진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교육물가 대책은 시행 발표 이후 잠만 자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서민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그해 10월까지 ‘학원 수강료 정보공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학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감 무소식이다. 학원 수강료 인하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적정수강료 산출 시스템’은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인하를 위해 추진했던 대형 마트 주유소도 초기에 반짝했을 뿐 확대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이마트ㆍ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들이 울산ㆍ전주ㆍ순천 등의 대형 마트 내에 주유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해당 지자체가 교통정체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주유소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던 마트 주유소가 지자체의 규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이런 와중에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상승은 MB물가를 흔들고 있다. 이마트가 MB물가 대상 품목 52개 가운데 공공요금 등을 뺀 29개 생필품의 지난 6월 말 가격을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 72.4%인 21개 품목이 올랐다. 지표상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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