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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모럴해저드’ 度넘어

국민-조흥銀직원 850억 CD 위조<BR>M&A·구조조정등으로 도덕의식 희미해져<BR>시중銀들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도 한 몫<BR>당국 이달초부터 실태점검…책임 못면해


시중은행 직원들이 고객이 맡겨놓은 진본 양도성예금증서(CD)를 위조해 고객에게 넘기고 진본 CD를 사채시장이나 일부 기업을 통해 현금화한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CD는 은행이 고객의 정기예금을 근거로 발행하는 무기명 예금증서로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해 은행은 누가 CD를 사갔는지는 알아도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특히 지난 6월 기업은행에서 CD 도난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인 내부통제를 통해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달 초부터 점검을 시작했던 금융감독당국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ㆍ조흥은행의 두 직원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공모한 점도 은행직원들 사이에 팽배한 ‘로열티 하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 임직원들이 연이은 인수합병에다 구조조정 등에 대한 반발감으로 도덕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내부통제 수준도 비판받을 만하다. 매년 은행별로 수백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데 대부분 결제 만기일이 돼서야 파악하는 등 실질적인 내부감독이 이뤄지고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국민ㆍ조흥은행 사고의 경우도 CD 담당직원이 발행과 관리를 동시에 담당하면서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경우다. 백재흠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장은 “은행원이 거액의 CD를 고객에게 직접 건네주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현재 주요 증서의 보관 및 발행 현황을 한달 또는 매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내부 통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집중 검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6월 말 기업은행 마두지점에서 CD 도난사건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CD 유통실태를 점검했다. 금감원 은행검사국 관계자는 “CD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무기명 채권으로 범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금융기관에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국민ㆍ조흥은행 CD사건에 대한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을 비롯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지만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은행원이 도덕불감증에 빠져 사건을 만들어내고 은행들이 이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금융감독당국마저 이를 잡아내지 못할 경우 금융권 전반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자성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한편 CD 자체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직원들이 고객에게 위조 CD를 발행해주고 진본을 유통시장(일반적으로 사채시장)에서 할인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이유가 무기명이기 때문이어서 매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조흥은행은 2003년에도 한 직원이 금고에 보관 중이던 CD 11장(500억원)을 위조하고 원본은 사기단에 넘기는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CD의 상품 특성상 과거부터 비자금ㆍ정치자금 등으로 이용되거나 사기 범죄에 노출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고액 CD를 전자화해 위조를 어렵게 하는 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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