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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어디다 묻었더라?

`타임 캡슐을 찾아라.` 100년 전인 1903년 5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언덕에 묻은 타임 캡슐을 찾느라 포틀랜드시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루스벨트는 1800년대 초 서부 개척 탐험가였던 메리웨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라크를 기리는 기념비 아래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여러 유물을 담은 구리상자를 묻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군함 제조에 쓴 오리건 전나무와 2센트짜리 우표, 1900~1903년에 만든 동전, 포틀랜드시 헌장, 암염(岩鹽) 등을 상자에 담았다. 시 당국은 28일 타임 캡슐 매장 100주년을 맞아 지금은 워싱턴 공원이 된 이 언덕에서 루스벨트의 증손자가 당시 대통령의 연설을 다시 낭독하고 캡슐 봉인을 뜯는 행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작 캡슐이 어디 묻혀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당시 신문 기사는 루스벨트의 방문과 캡슐의 내용물에 대해서는 상세히 보도했으나 위치에 대해서는 “기념비 아래 묻은 뒤 화강암으로 봉인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념비가 3년 뒤에나 세워졌고, 또 다시 1년 뒤에는 주변에 벽돌로 광장을 만들어 위치가 모호해졌다. 다급해진 시와 행사를 주관한 오리건역사학회는 석공, 보물 탐지 전문회사 등을 불러 위치를 추적해 봤으나 헛수고였다. 감마방사선ㆍ음파감지기 기법도 화강암이 주변을 두텁게 막고 있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15일에는 땅을 관통하는 레이저 공법 전문가를 불렀지만 기념비가 파괴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학회 사무실에는 캡슐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는 심령술사의 전화만 걸려오고 있다. 노마 폴러스 학회 사무총장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면서도 “캡슐을 찾지 못할 경우 28일 행사 참석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기증받아 새 캡슐을 다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유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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