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두산주류 인수 이후 영남권 소주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진로가 지난해 영남 시장 점유율을 큰폭으로 확대한데다 부산ㆍ경남이 본거지인 롯데까지 소주 시장에 가세하면서 소주시장 대지진의 진앙지로 영남권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남지역을 텃밭으로 영업해온 대선주조, 무학, 금복주 등 지방 소주사에 비상에 걸렸다. 29일 대한주류공업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지역별 소주시장 점유율 현황에 따르면 진로는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5.8%와 6.8%의 점유율을 기록, 1년새 각각 0.6%, 1.1% 포인트씩 점유율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부산을 연고로 하는 대선주조의 경우 같은 기간 점유율이 83.3%에서 81.6%로 1.7%포인트 떨어졌으며 경남지역 연고의 무학은 76%에서 74.1%로 2% 포인트 가까이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금복주의 연고지역인 대구ㆍ경북지역에서도 진로는 전년보다 2.3% 포인트 오른 12.7%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88.8%에서 86.6%로 2.2% 포인트 하락한 금복주의 시장점유율을 진로가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다. 진로측은 “불경기일수록 소비자들이 전국적인 메이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하이트맥주 진주 공장이 있어 영남권 영업망이 탄탄했던 하이트-진로그룹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갈 롯데주류도 수도권과 더불어 부산ㆍ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남지역 소주업체들은 시장 1, 2위 업체의 협공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남권 소주업체들은 신제품 출시, 지역 도매상을 중심으로한 유통망 강화 등을 통한 수성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장기적으로 롯데가 몰고 올 파급효과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가 계열사 직원 등 인적 네트워크까지 가동할 경우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으며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단까지 활용하면 지역시장 수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롯데가 다른 소주업체와 달리 부산ㆍ경남지역이 연고지라는 인식이 강해 자칫 부산에 대선과 롯데 2개 소주사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부산 대표 소주기업은 대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조는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인지도 있는 기존 제품의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금복주도 롯데가 우선은 부산ㆍ경남지역부터 공략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유통망 강화, 소비자 판촉 강화 등의 대응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롯데가 소주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자금력이 취약한 일부 지방 소주업체를 둘러싼 M&A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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