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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체감경기 괴리/「금융시장 경색」 이 주인
입력1997-10-03 00:00:00
수정
1997.10.03 00:00:00
이세정 기자
◎기업자금난→덤핑판매→채산악화 악순환/L자형침체 지속… 불안감해소 대책 시급최근 경제지표와 체감경기간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주원인은 금융시장 경색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금융시장 경색이 결국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아 지표상승을 둔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5.9% 증가했음에도 불구, 채산성 등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국민총소득(GNI)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분석(본지2일자 1면참조)이 잘 보여주듯 기업들은 올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처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 경색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출혈생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기아그룹 사태가 발생한 지난 7월 이후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채산성을 따질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만 전념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시장 경색→기업의 자금난 가중→자금확보를 위한 덤핑판매→채산성 악화로 인한 자금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8월의 경우 체감경기는 바닥을 기는데도 산업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8.6%, 소비는 10.6%나 증가했다.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갈수록 호전되는 것처럼 나타난 것이다.
바로 여기에 통계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의 주범 중 하나인 기아자동차가 7월말 승용차 30% 할인판매를 한 결과가 8월중 생산 및 소비증가율을 1.5% 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자금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보면서 승용차 할인판매에 나선 것이 생산 및 소비증가율을 높여 지표상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기아의 경우는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일 뿐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 통신업계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 업종에 국한된 현상일 뿐 대부분의 업종이 채산성을 무시한 채 밀어내기 수출 및 내수판매에 나서 목숨을 이어가는 하루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우리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또는 올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올초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경기 저점이 올 2·4분기로 다소 늦춰지는 분위기였고 이후 6, 7월께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아그룹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경기회복이 요원한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늦어도 6, 7월께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정상적인 U자형 경기순환양태를 나타낼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아그룹 사태와 이에 이은 금융시장 경색으로 경기저점이 지속되는 L자형 경기순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L자형 경기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기악순환의 시발점인 금융시장 경색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통화당국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실물부문으로 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왜곡현상을 시정하는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금융시장에 팽배해 있는 불안심리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불안심리의 최대원인인 기아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게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것이 모든 경제주체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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