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11월 23일] 화재안전법 선진화하려면

최근 부산 실내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일본인 관광객 7명을 포함해 16명의 사상자를 냈다. 지난 2006년에도 서울 반포동 사격장 화재로 1명이 사망하고 일본인 관광객 3명 등 7명이 부상했지만 형식적인 안전점검만 했을 뿐 관련법 개정 등 정작 필요한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경찰과 소방방재청은 사격장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했다. 그러나 3년여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소방방재청이 실내사격장 등 화재 취약시설에 대한 관리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다중이용시설 관리 어려워 필자는 우리나라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점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송구스러운 생각이 든다. 우리의 과실에 따른 사고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고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화재안전의 선진화로 가는 길이다. 최근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다중이용업소 피난대책 향상 및 집중관리지역 구역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고시원ㆍ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142건의 화재가 발생해 모두 1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또한 대형 인명참사로 이어진 화재의 경우 대부분 탈출구 등 피난시설이나 탈출을 유도하는 피난설비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소방시설 설치만 규정하고 있으며 피난시설 설치는 건축법에 규정돼 있어 이에 대한 추가설치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내에서 일어나는 화재의 위험은 연소에 따른 거주 불가능 상태의 도래와 피난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거주 불가능 상태는 건물 내 가연물질의 연소로 발생하는 열ㆍ연기 그리고 독성가스 등에 의해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피난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피난 능력은 건물 이용인의 건강상태, 연령, 성별, 피난로의 길이, 비상구의 크기 및 배치상태, 피난 보조 시스템, 그리고 거주 가능 시간을 연장시켜주는 소방 시스템(스프링클러, 제연설비)등을 말한다. 여기에서 소방대의 구조능력도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지만 가연성 물질에 따른 화재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건축재를 사용하는 경우 소방대에 의한 인명구조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건축물의 화재안전은 크게 거주 가능조건을 연장시켜주는 소방 시스템과 피난의 속도를 결정하는 피난설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법규는 소방법과 건축법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소방기술자(Fire Protection Engineer)가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책임을 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기술자는 소방시설만 책임지고 건축설계자가 피난을 책임지고 있는 이원적인 구조다. 현행법 체제하에서는 소방기술자와 건축설계자가 서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돼 있다. 건축설계자가 피난설계를 하더라도 소방기술자에 의해서 소방시설과 함께 피난성능이 검토돼야 한다. 그 결과 종합적인 화재안전에 대한 책임을 소방기술자가 져야 한다. 화재안전 선진화를 위해 정부 관련부처는 앞에서 언급한 이중적 법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현행법 적용에만 매달리지 말고 위험관리 패러다임을 확장시키기 위한 선진기법을 연구하고 도입해야 한다. 소방·피난 시설법 일원화를 우리나라의 소방학과 수가 세계에서 제일 많다는 사실로 안위를 삼을 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소방관련 학계는 우리나라 소방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정해진 예산으로 많은 인원이 꼭 필요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야별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고 공동연구 체계를 확립(중복되는 연구를 피할 수 있게)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체계적인 안전점검과 과학적인 화재 위험관리를 위해 산업계ㆍ관계ㆍ학계 그리고 국민이 긴밀하게 협력할 때 우리 주변의 모든 시설은 화재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