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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웅진] 朴 "회사부터" 尹 "나부터"… 위기 대처 판이했던 자수성가 신화

■ 박병엽 팬택 부회장-윤석금 웅진 회장 닮은꼴 다른 행보<br>영업맨 출신 CEO… 무리한 확장으로 휘청<br>박 부회장, 보유 주식 모두 내놓고 살신성인<br>윤 회장은 경영권 목매 모럴해저드 논란 뭇매

박병엽 팬택 부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창업자로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내놓겠습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지난 2006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돌입에 앞서 당시 평가액으로 4,000억원 규모에 달하던 보유주식을 모두 내놓았다. 특히 그는 12개 채권은행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현재 경영진이 물러나기를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경영권보다 어떻게 해서든 팬택을 살리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에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손을 맞잡아줬다.

지난달 26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태도가 6년 전 팬택을 기사회생시킨 박 부회장의 진솔하고 자기희생적인 자세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면서 재계와 시민들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두 사람은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기업을 세운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에다 승승장구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확장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까지 닮은꼴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놓으며 위기를 타개한 박 부회장과는 정반대로 윤 회장은 경영권 유지에만 집착해 채권단을 속인 채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 같은 윤 회장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해 새누리당,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채권은행, 증권사, 협력업체, 투자자 등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강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차제에 부실의 책임을 지고 윤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영업사원에서 CEO로=우리나라에서 박 부회장과 윤 회장은 맨손에서 시작해 기적적인 성공신화를 만든 몇 안 되는 창업자로 꼽힌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부회장은 1991년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셋돈 4,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신월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6명과 함께 기업을 세웠다. 이후 휴대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며 휴대폰 3강에 올라섰다.

브리태니커 한국지사 영업사원이었던 윤 회장도 1980년 직원 7명과 함께 자본금 7,000만원의 출판사를 창업했다. 그는 학습교재ㆍ건강식품ㆍ화장품ㆍ정수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30년 만에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이끌었다.

한동안 승승장구하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위기에 처한 것도 유사하다. 팬택은 2005년과 2006년 글로벌화를 추구하며 과감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 그러나 2006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모토로라의 레이저에 밀리며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중대한 순간마다 내렸던 공격적인 결단이 패착이 됐다.

윤 회장도 정수기 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웅진에너지 설립(2006년), 극동건설(2007년)과 새한(현 웅진케미칼, 2008년) 인수, 웅진폴리실리콘 설립 등 숨가쁘게 사업영역을 넓혔다. 2010년에는 서울저축은행도 사들였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과 무능한 경영은 부실만 키웠다.



◇박병엽과 윤석금, 정반대의 길=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은 지난해 말 졸업했다. 박 부회장의 '형님' 리더십에 직원들도 합심해 자구노력을 기울인 결과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팬택이 다시 일어서게 된 원동력은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강등됐음에도 회사를 위해 온몸을 던진 박 부회장의 리더십이었다. 그는 자기 재산을 모두 회사 회생에 쏟아부었고 워크아웃 전 개인지분 포기각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는 의지였다. 워크아웃 중에는 무박 3일 해외출장은 물론 주말에도 새벽같이 회사로 출근했다.

올 2월 위기에 몰리며 웅진코웨이 매각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윤 회장의 승부수는 응원을 받았다. 외환위기 직후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했던 승부수로 비쳤다. 하지만 정도경영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매각과정에서 말바꾸기를 일삼았고 급기야 빚 갚는 것은 뒷전인 채 그룹 경영권과 웅진코웨이를 고수하려 고의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뒤 대외적인 행보도 달랐다. 박 부회장은 조용히 정상화에 주력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당당히 모든 언론 앞에 나타나 책임 있는 소통을 보여줬다. 반면 윤 회장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26일 언론을 피해 조용히 뒷문으로 퇴근했고 다음날 이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4일 오후 윤 회장과 우리은행ㆍ신한은행 등 채권단 대표들을 소집해 양측 의견을 듣는다. 채권단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채권회수를 위한 은행 측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윤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동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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