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아무리 안정적으로 움직여도 고금리 부담은 싫다. 변동성이 적은 잔액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ㆍ코픽스)가 대출창구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도 잔액기준 코픽스는 하락했지만 대출희망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모습이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이하 코픽스대출) 중 잔액기준 코픽스대출의 비중은 약 3분의1 수준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코픽스대출(혼합형 코픽스대출 제외) 중 잔액기준 코픽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26.9%(7조9,021억원) ▦11월 말 28.3%(9조9,531억원) ▦12월 말 30.3%(12조3,718억원) ▦올해 1월 말 33.6%(15조5,006억원)를 기록했다. 대출 규모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여전히 30% 안팎 수준. 그나마도 이 중 잔액기준 코픽스 판매에 힘을 쏟은 A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곳만을 기준으로 하면 그 비중은 1월 말 현재 25.2%선으로 하락한다. 잔액기준 코픽스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것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 특히 지난해 3~10월 중에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잔액기준 코픽스보다 0.75~1.17%포인트까지 낮은 금리를 보였다. 대출실적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은행들의 불성실한 판매 태도도 사정을 악화시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금리변동성이 적은 잔액기준 코픽스의 안정성을 적극적을 알리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금리가 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내세우며 대출고객을 유치하기에 바빴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잔액기준 코픽스의 격차는 지난 1월 사상최저치인0.2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1월부터 3개월 새 총 0.37%포인트나 오른 반면 잔액기준 코픽스는 0.02%포인트 하락한 탓이다. 금융권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총 4~5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점진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약세를 감안할 때 이를 반영한 잔액기준 코픽스는 최소한 올 상반기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은행들도 코픽스대출 판매시 잔액기준 상품의 금리변동 안정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해 고객이 균형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