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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개방파고에 잇단 금융사고 “고전”(결산 96)
입력1996-12-26 00:00:00
수정
1996.12.26 00:00:00
김상석 기자
◎은행장들 대출관련 비리 구속… 충격/주가하락 따른 보유주식 평가손 확대 등 자산운용에도 곤혹/대형·중견업체 부도 경영기반 위협올해 금융계는 국내 경기가 급랭하는 와중에 금융산업개편과 금융시장의 개방화 및 자율화 추세에 숨가쁘게 적응해가는 긴박한 상황을 보였다.
치열해지는 금융기관간, 그리고 업종간 경쟁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마련에 부심해야 했던 금융계는 적지않은 금융관련 사건사고와 개방화의 파고,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금융환경이라는 삼각파고에 고전을 면치 못한 한 해를 보냈다.
3단계 금리자유화의 완료에 따른 금융기관간 치열한 수신경쟁, 투자금융사의 종합금융사 전환, 콜자금 중개전문기관인 한국자금중개(주)의 설립을 골간으로 하는 콜시장 개편, 신탁만기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신탁제도개편, 2차례에 걸친 지급준비율 인하, 투자자문사의 투자신탁회사 전환 등 일련의 제도개편은 금융권 전체의 판도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결국 이같은 금융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이미 조성된 것이다.
올해 금융권을 뒤흔든 우성건설, 건영, 삼익악기, 동신 등 대형 및 중견 업체들의 부도사건은 금융기관들의 경영기반을 흔들 정도로 위협적인 것이었다.
이철수 전제일은행장과 손홍균 전서울은행장이 대출관련 비리로 구속된 사건은 금융계의 이같은 방만한 자산운용이 검은돈의 수수와 관련됐다는 점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더라도 세간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여신취급관련 사건사고는 우리나라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아볼 수 있다. 재경원이 지난 6월부터 예금보험공사를 설립,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도록 한 것은 금융기관의 도산가능성을 정책당국이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한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내년부터 발효되면 금융기관들의 인수합병 바람은 금융권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은행 비상임이사제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해 금융기관들의 영업환경도 크게 악화됐고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경제의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외환시장, 자금 및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연계성이 높아져 시장 참여자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이는 환율, 금리, 주가의 변화가 상호 영향을 주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식이나 채권, 외환을 자산으로 보유한 금융기관들의 시장리스크에의 노출정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사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주가변동으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보유주식 평가손문제이다. 지난해에 이어 경기급랭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금융기관들은 자산운용에 적잖은 곤혹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보유 주식의 가치하락으로 인해 감독기관의 규정대로 평가손충당금을 쌓을 경우 대부분 금융기관들의 적자결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은 과거 특혜로 여겨지던 해외DR발행이 사실상 자유화됐음에도 극소수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연거푸 차질을 빚는 결과로 이어져 적정 주식투자규모가 금융기관 자산운용의 건전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쌓기에는 충분한 한 해였다.
우리나라가 올해 국제결제은행(BIS)회원국에 가입함에 따라 내년말부터 적용되는 시장리스크를 감안한 신BIS자기자본비율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시장변수의 영향을 받는 자산의 건전성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처해있다.
이는 바로 금융기관들 스스로의 경영건전화 노력과 아울러 금융감독기관의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규정적용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시켜주는 대목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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