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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도 27위(사설)
입력1996-10-26 00:00:00
수정
1996.10.26 00:00:00
부패는 국가 경제발전의 장애요인이고 한국의 부패도는 세계 54개국 중 27위라는 최근 외지의 보도가 우리의 관심을 끈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독일의 괴팅겐대학이 최근 5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당 국민 총생산(GNP)이 낮은 나라일수록 부패가 심하고 반대로 GNP가 높은 나라일수록 깨끗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가장 부패한 상태를 0으로, 부패가 전혀 없는 경우를 10으로 했을 때 부패도가 6.84 이상인 상위 20개국은 94년도 1인당 GNP가 1만달러 이상의 나라인 반면 부패점수가 5 이하인 나라는 대부분 1만달러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부패 점수 5.02로 54개국 27위로서 비교적 부패도가 심한 나라로 평가됐다.
전 국방장관의 뇌물수수와 진급 청탁 의혹사건, 두 전직 대통령의 거액비자금 사건 2심 공판이 진행되는 때 나온 이같은 조사결과 보도는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특히 부패가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교란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새삼 주목을 끈다.
부패의 원인으로는 두말할 것 없이 자율과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법률, 그리고 비합리적인 관행이 꼽히고 있다. 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규제와 제도의 족쇄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어야 한다.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규제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경유착 고리와 부정의 씨앗이 규제다. 바로 우리나라 부패의 전형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선 공정경쟁과 자유시장 경제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힘이 있거나 줄을 잘 잡아야 사업을 하고 밉게 보이거나 힘이 없으면 실력있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뒤처지게 마련이다.
그 결과 상품과 서비스 비용이 상승하고, 무능한 업체가 주요사업을 수주하고, 유망 사업자의 신규진출이 막히고, 부패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투자가 왜곡되고, 기업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정부가 정치적인 신뢰를 잃어 아무도 믿지 않으며 이는 또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저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같은 지적은 꼭 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했고 개혁과 부패척결, 사정도 했다. 규제완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제도와 관행을 고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규제는 여전하고 검은 돈과 연결된 부정부패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도처에 도사린 부실도 부정 부패의 결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선진국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부패가 무역과 경제교류 협력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완화와 부패척결을 위한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는 때다. 경쟁력 높이기의 해법도 규제완화와 부패척결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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