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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혁명] 4-2. 현금과 경쟁하는 직불카드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지향하는 싱가포르에서도 소액 결제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여전히 현찰이다. 지난 86년 이래 시중에 깔리기 시작한 직불카드 결제 시스템인 `구매시점 전자자금이체(EFTPOSㆍ직불)` 단말기는 2000년 말 현재 1만2,000개 소매 점포에 2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구매 즉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직불카드는 여전히 `소액=현찰, 고액=신용카드`의 등식으로 굳어진 싱가포르, 나아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결제 관행을 한꺼번에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폐와 동전 대신 현대인들의 지갑을 슬림화시켜 주는 직불카드는 이미 미래 결제 시장의 `대세`로 서서이 변화의 흐름을 일으키고 있다. 비자카드의 라지브 카푸어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는 신용카드 시장을 대신해 비자와 같은 결제 전문 회사들이 주력해야 할 향후 성장 동력으로 직불카드 시장을 지목한다. 앞으로는 내수 시장에서의 일상적인 소액 결제는 현금을 대신해 직불카드가 잠재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경험상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직불카드를 꺼리다가 세 번 정도 사용한 다음부터는 이용률이 급등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며“앞으로 5~7년 후에는 세계적으로 직불카드를 통한 결제 규모가 신용카드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카드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비자카드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 2조300억 달러 가운데 직불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47%로 53% 수준인 신용카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비자의 직불카드 매출은 전년대비 18.7%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마스타카드 역시 지난해 4ㆍ4분기중 온라인 직불카드인 마에스트로 카드의 발급 수가 전세계적으로 전년 동기대비 16.6% 늘어나고 가맹점 숫자도 19.8% 늘어나는 등 직불 부문에서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불카드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지역은 유럽. 국제결제은행(BIS)의 집계 결과 유로권에서는 직불카드와 신용카드의 보급률이 3대 1에 이르고 사용 빈도에 있어서도 신용카드의 4배에 달할 정도로 카드 결제가 직불카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비자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유로권에서 발급된 비자카드 총 2억1,480만장 가운데 약 60%인 1억2,480만장은 직불카드. 사용 금액에 있어서도 직불카드는 약 5,500억 유로로 2,100억 유로에 그친 신용카드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마스타카드도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직불카드인 마에스트로 브랜드 기반의 카드 발급이 2억2,600만장에 달하고 승인 가맹점 수가 25% 이상 늘어난 400만개에 달해 직불카드 발급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네덜란드는 직불카드 발급이 신용카드의 5배에 육박할 정도로 소액 결제에 대한 직불카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다. 지난 95년 이래 비밀번호 입력 방식으로 사용되는 직불카드 사용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현재는 기존의 수표 결제를 완전히 대체한 데 이어 현찰 거래도 상당 부분 잠식하고 있다. 영국 역시 90년대 이래 내수 시장에서의 직불카드 사용이 눈에 띠게 급증하는 나라 중 하나. 지난 90년 1억9,200만건에 불과했던 직불카드 구매 건수는 10년 뒤인 2000년에 23억 건까지 늘어났다. 개인 수표와 신용카드가 결제 생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지난 2001년 현재 소비자 결제 행태중 `수표+신용카드` 비중이 68%, 직불카드는 7% 수준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그 비중이 각각 59%와 11%로 조정될 전망이다. 남아프리카나 인도 등도 빠르게 직불카드가 확산되고 있는 시장들로 꼽힌다. 하지만 앞으로 직불카드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다. 직불카드 사용 비중이 현저히 낮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우 비자카드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발급 수가 지난 3월 현재 각각 1억6,600만장, 2,600만장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7배를 넘어서고 있지만, 발급 신장률은 직불카드가 무려 86%로 14%에 그치는 신용카드를 압도한다. 신용불량과 카드 위ㆍ변조 등의 범죄가 크게 문제시되는 아ㆍ태 각국에서 IC칩카드 도입과 함께 연체 위험이 없고 비밀번호 입력 방식을 병행할 경우 카드 도용의 위험을 반감시킬 수 있는 직불카드 도입이 카드산업 건전화를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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