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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0월 1일] 조석래 회장 말이 옳았다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은?" "인간이 될 확률이 20억분의1." 보름 전쯤 한 사적 모임에서 어떤 대학교수가 던진 조크다. '한국이 의회난투극 분야의 세계 챔피언'이라는 미국의 정치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사가 좌중의 화제에 올랐을 때다. 웃기는 했지만 씁쓸했다. 그 우스개 소리는 새로운 게 아니라 십 수년 전에도 들었던 것이다. 그게 지금도 통한다는 것은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우리 정치인의 행태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이야기아닌가. '싸움 정치' 세계적 조롱거리 실제로 18대 국회 1년여의 모습을 보면 이런 조롱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대화ㆍ설득ㆍ타협, 민주주의 원칙, 품격과 권위 등 본래 국회가 지녀야 할 이미지와 모습은 간 곳이 없다. 그 자리를 무조건 반대와 밀어붙이기, 점거농성, 막말과 폭력, 파행 등이 대신했다. 해머ㆍ전기톱ㆍ분말소화기가 동원되고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밀고 당기는 난장판은 외국 언론 보도에서 보듯 두고두고 세계적 조소거리가 됐다. 국민들은 나라망신에 할 말을 잃었다. 다행이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정운찬 총리 임명동의를 놓고 난장판이 재현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허구한 날 싸움으로 날을 보내다 보니 민생 경제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할 국회가 반대로 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가 갈등과 분열을 확대 재생산한 적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서도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 결과 존경 받고 권위가 있어야 할 국회가 불신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 여름 조석래 전경련회장은 정치권에 쓴 소리를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기업인에게 정치권 비판은 금기다.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조 회장이라고 모를 리 없을 터인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우리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만들고 있다. 국회가 제 할 일은 안하고 싸움만 하고 정치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어려운 경제를 살려나가는 데 정치가 얼마만큼 도움을 줬는지 물어보고 싶다.' 정치권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뻔한 일. 곧바로 '정치권위 훼손' '사돈 남 말하지 말라'는 화살이 돌아왔다. 그러나 조회장의 지적은 전혀 틀린 게 없다. 또 일반국민들의 비판어조에 비하면 그의 발언은 비판 축에도 못 낀다. 이제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이웃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정치권도 귀향 활동을 펼치며 민심파악에 나설 것이다. 대화의 으뜸 화제는 경제일 것이다. 경제 이야기는 자연스레 정치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장사가 안 돼 죽겠다. 경제를 살려달라' '서민들은 살기 힘들어 죽을 판인데 정치인들은 맨날 싸움질만 하느냐.'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지역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들 아닌가. 여야, 추석민심 제대로 살펴라 여야는 그동안 이처럼 절절한 민성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거나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며 상대방 공격무기로 활용해왔다. 이제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 국민들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시각은 불신을 넘어 혐오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국민과 국가도 불행한 일인만큼 극복돼야 한다. 그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정치권에 있다. 추석연휴가 끝나면 정기국회 활동이 본격화한다. 국정감사에 이어 각종 법안심사와 예산심의 등이 이어진다. 추석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잘 새겨 지금까지와 같은 엉망진창 국회와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와 정치인의 이미지는 회복불능이 될지도 모른다. 싸움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생산적 국회를 만드는 것. 그게 국민의 요구이고 정치가 해야 할 일이며 정치인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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