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갯벌을 메워 만든 송도의 허허벌판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최첨단 항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였습니다.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은 없었으며, 해외에서 조달하여 국내에 전량 투자하였으며 우수 인력을 고용, 일자리를 창출하였습니다. 설립 초기 ‘사기꾼’ ‘미친 사람들’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우리는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열정의 끈을 놓지않고 오로지 노력과 헌신으로 매진하였습니다. 2000년 창업당시 2명으로 시작한 인력은 현재 1500명의 고급인력이 일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하였고, 젊은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회사 상위에 이름을 올렸고 임직원들에게 국내 최고의 처우와 복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생명공학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100년 역사를 가진 다국적 제약사들도 성공할 것이라고는 미처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2012년 7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품허가를 획득했으며, 일부 남미, CIS 국가 등에서도 승인을 받았고, 나머지 이머징(Emerging) 국가에서도 올해중 대부분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시장에서는 유럽 EMA(의약품청)와 허가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중에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제품인 CT-P6도 조만간 허가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세 번째 제품도 올해 3상에 들어가는 등 해마다 상업제품이 추가되는 견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금까지 영세했던 국내 제약산업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한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공한 창업가로서 미래를 준비하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롤모델이 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매사에 임해왔습니다. 주주와 임직원이 행복한 회사,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에게 기쁨을 주고, 존경을 받는 회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처음부터 국내가 아닌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였고, 그렇기에 우리의 파트너는 처음부터 해외에 있었습니다.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테마섹, JP모건 계열사인 OEP(원 이쿼티 파트너스), JP모건, 오릭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기관으로부터 1조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받았으며, 호스피라, 니폰가야쿠, 이기스, 올리메드 등 해외 파트너 제약사들과 판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연구개발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설립초기 가진 것도 없었고, 전문지식도 없었던 제약산업의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모델을 만들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며,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우리의 가능성과 비전을 믿고 투자해준 해외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셀트리온 같은 창조적 기업이 계속해서 나오고, 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업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창조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없었습니다. 셀트리온은 기존에 없었던 사업영역(항체 바이오시밀러) 임에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우리에게 투자할 금융자본이 없었고 우리의 독특한 모델을 이해해주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시기와 질투가 있었고 급기야 시장의 탐욕스런 투기세력이 우리를 공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회사를 음해하는 무수히 많은 악성루머와 허위사실이 자본시장에서 생산 유포되었고, 회사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반복 재생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회사에 투자했던 해외 투자회사들조차 오히려 한국에 대해 회의를 갖는 단초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악성루머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해왔으며, 루머를 유포하면서 동시에 공매도를 일삼는 불법 주가조작세력들의 집중 매도공세에는 대주주로서 회사, 우리사주조합과 함께 주식을 매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왔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자본을 이용하여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이들 세력에 대해 관계기관과 당국에 철저히 조사해주실 것을 수차례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 행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2년여동안(2011. 4.1~2013. 4. 15),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412일(95.4%)동안 공매도가 지속됐으며, 일 거래량 대비 공매도 체결이 3%이상인 날이 189일(43.8%), 5% 이상인 날이 145일(33.6%) , 10% 이상인 날이 62일(14.3%)에 달하는 이상현상을 보였습니다. 일중 공매도 비율이 높을 때에는 35.3%(2012. 4. 12.)에 달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도 17 거래일동안 공매도 비율은 평균 10.5%에 달했으며, 6거래일동안에는 평균 16.6%에 달했습니다. 2013. 4. 15.에는 공매도 비율이 23.87%에 달했고, 전날인 12일에는 21.86%에 달했습니다. 이들 공매도의 연계계좌로 의심되는 거래까지 포함하면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차잔고는 총발행주식수대비 10% 이상인 날이 65.4%에 달했고, 대차잔고 비율이 최고 17.1%까지 올라가기도 하였습니다. 대차금리는 통상 예금금리 수준인 연 2~3%수준이지만 셀트리온의 경우 연 25%까지 오르기도 했고, 최근에도 연 10% 수준의 비정상적인 모습입니다. 저는 대주주로서 이 같은 이상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수천억원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였습니다. 회사가 시기 질투 탐욕세력에게 농단 당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저와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탐욕스런 투기세력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들 세력이 새 정부가 척결하고자 하는 주가조작세력의 대표적 사례로 외국계 및 한국내 연계세력 등으로 구성된 탐욕스런 투기세력이 아닌가라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회사나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대처했는데도 제지할 수 없는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중대 결심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셀트리온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제약회사로 발돋움하도록 하기 위해 제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저를 내려놓는 것이 저를 믿고 함께 해준 셀트리온그룹 임직원들과 해외 파트너사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셀트리온을 투기세력의 계속되는 의혹과 공격에 맞설 수 있는 굳건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회사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시기는 램시마의 유럽승인 이후가 될 것입니다. 제가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며, 모든 경영권을 포기하겠습니다.
저는 이 결정이 셀트리온그룹으로서는 최상의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램시마의 EU(유럽연합) 허가를 계기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며, 여기에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의 브랜드 인지도, 판매네트워크, 자금력과 결합하면 세계시장 공략에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꿈꿔왔던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의 꿈은 접게 되겠지만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에 편입되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탄탄한 항체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첨단 생산설비, 품질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나설 것이며, 이중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을 신중하게 할 것입니다. 사실 그 동안 인수제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셀트리온그룹이 다국적 제약회사의 연구/생산기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창업자로서는 안타깝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저보다는 회사를 선택했고, 주주와 우리 임직원, 투자자, 파트너사를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이에 감독당국에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먼저 비정상적인 공매도에 대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증권시장에는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공매도 행위 등에 대해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있고, 당국도 이를 시행하겠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공매도 포지션을 신고토록 하는 제도도 마련돼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 공매도 세력이 시장기능 자체를 망가뜨리고 있는데도 불구 아무런 장치도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로 현행 공매도 제도는 모순점이 많다는 점입니다. 대차거래가 2중, 3중으로 집계되면서 허수가 많고, 단순하게 공매도 물량은 집계되지만 숏커버(상환) 물량을 알 수 없어 실제로 공매도 된 물량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공매도와 관련된 공개된 통계가 미미하고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현상을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간이나 금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규제장치가 없다보니 자본력이 큰 투기세력이 공매도 공격을 감행하면 상장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시장에 문외한이었던 저로서도 2년을 지켜본 결과, 공매도 물량이 출현할 때면 항상 같이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서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주가조작행위가 병행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회사의 입장에서는 의심만 할 뿐이지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수많은 소액주주들은 공매도 세력의 주가조작행위를 2년을 지켜본 가장 확실한 증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공매도와 함께 생산 유포되는 악성루머에 대해서도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불구 당국은 너무나도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악성루머는 회사의 신뢰에 상당한 충격을 가하게 되고 이를 해명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는데 당국에서는 한번쯤 검증하고 지나가야 하는 과정으로 보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거의 투자하지 않는 코스닥시장에서의 공매도는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코스닥시장에서 기관들의 공매도는 소액주주들에게 공포감을 조장하여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기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또 코스닥시장의 특성상 성장단계에 있고, 꿈을 먹고 사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탐욕적인 머니게임을 일삼는 투기자본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도 거대 금융자본세력의 막대한 자금력을 계속해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월가의 몇몇 지인들은 저에게 돼지농사를 지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회사를 매각할 것으로 여러 차례 제안했습니다. 새끼돼지를 키워서 중간정도에 팔아야 수익이 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의 사업가들은 돼지농사를 짓지 않고 자식농사를 짓는다고 말씀입니다. 한국의 사업가들은 수익이 아니라 명분을 위해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무’에서 ‘유’를 만든 창업자가 계속해서 꿈을 어어가기에는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의 오늘과 같은 결정이 한국이 좀 더 창업하기 좋은 나라, 창업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꿈과 비전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바람입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꿈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청년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창조기업 육성에 있어 이번 우리의 사례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가야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 4. 16.
셀트리온그룹 회장 서정진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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