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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못 살리면 경기회복 어려워"… 이번엔 대못 뽑나

■ DTI 완화론 급부상<br>LTV 등도 동시다발 완화 가능성<br>공공분양 줄이고 임대 확대 유력


지난해 7월21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내수 활성화를 주제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을 불러 자정을 넘겨가며 '끝장토론'을 열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토론의 큰 주제는 내수 활성화였지만 논의의 초점은 결국 부동산으로 모아졌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이슈였다. 이미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3만7,700여건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26.4%나 빠진 시점이었다.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 소비가 줄고 이어 기업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DTI가 지나치게 딱딱하게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DTI는 금융시장 건전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완화하기 어렵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8월17일 정부는 DTI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50~60%로 묶여 있는 상한선 자체를 전면 해제하지는 않았다. 큰 틀에서 금융위의 뜻이 결국 관철된 셈이다. 찔끔찔끔 규제 완화에 시장은 차갑게 반응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도리어 줄었고 집값은 떨어졌다. 지난 5년 동안 1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시장 활성화에는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오석 부총리 내정자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등 '부동산 부양 장관'들이 경제부처의 요직을 차지한 가운데 이번에는 참여정부 시절 박힌 부동산 '대못'이 뽑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규제 완화론은 부자 '기 살리기' 차원이 아닌 경기 대응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얻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어떤 식으로든 되살리지 않으면 올해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올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만7,070건까지 급락해 끝장토론을 벌였던 7월 이후 6개월 만에 1만 건 넘게 급락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와 국토부ㆍ금융위 등 관련 부서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얼개를 각자 그려놓고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주요 부처 수장에 규제 완화론자들이 잇달아 임명돼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DTI 완화 삼각 줄다리기=박근혜 당선인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등을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현장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공약 실행 방안은 충실히 마련하겠으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분매각제도의 경우 모럴해저드 논란에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DTI 완화를 최후의 열쇠로 본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공격수라면 금융위가 수비수, 재정부는 심판 정도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DTI 완화 반대에 가까웠던 재정부의 입장은 최근 찬성 쪽으로 조금씩 기우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재정부의 핵심관계자는 "정부 재정 투입을 줄이면서 시장을 살리는 마지막 방법은 DTI뿐 아니겠느냐"며 "민간 금융기관에 DTI를 강제 적용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물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주택 대출 관련 금융 규제를 푼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지적으로 투기 세력이 나타나고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파'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물러나면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축소로 가닥=수요 측면에서 DTI 완화가 거론된다면 공급 측면에서는 보금자리주택 같은 공공분양 아파트의 공급 축소가 유력하다. 도심지 외곽에서 싼 값으로 대량 공급하던 아파트를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부는 임대주택은 늘리되 분양 아파트는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양자의 비율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분양주택을 줄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전체 주택 대비 임대주택의 비율을 장기 계획으로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방안도 장기 계획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임대주택 공급 방안으로는 도심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임대주택 매입량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협회 등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주택시장 조기 정상화를 위한 중점정책과제' 건의문을 통해 연간 10조원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재원을 재개발ㆍ재건축 임대주택으로 돌리면 연 평균 9만3,000가구의 임대주택을 매입해 공급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임대주택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국토부의 핵심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재개발ㆍ재건축 임대주택 매입을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철도 부지 위에 임대아파트를 짓는 '행복주택'의 경우 상징적 의미는 있겠으나 대규모 공급은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세제 혜택도 단독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어 여러 패키지에 묶여 '원샷'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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