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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겨냥 선심성 농업정책 봇물
입력2003-11-13 00:00:00
수정
2003.11.13 00:00:00
구동본 기자
정치권과 정부가 내년 총선 때 농민 표를 겨냥한 선심성 농업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청와대ㆍ농림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뚜렷한 재원대책 없이 농촌지원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국회에서는 내년 세수여건이 어려울 전망인데도 폭주하는 민원성 의원 입법안에 밀려 면세시한 연장 등을 통한 세제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농업정책이 이처럼 정치논리에 따라 왜곡ㆍ변질돼 시장개방 등으로 가뜩이나 위기에 몰린 농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농림부는 1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약 7조원의 농가부채에 대해 추가로 감면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국회비준을 위해 농민단체가 주장해온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틀 전인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과 FTA, 내년 쌀 재협상 등 농업시장 개방 파고에 맞서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119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노 대통령이 119조 농촌지원책을 발표한 다음날 경기도 평택의 한 추곡수매현장을 방문,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외국농산물과 축산물이 밀려들어오면 우리 농촌은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은 현재 정부에 향후 10년간 122조원의 농업예산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FTA를 비준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는 이같은 농촌지원책을 추진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재원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가재정 상황을 보면 장밋빛 공약을 섣불리 제시하기도 어렵다. 고령사회를 앞두고 복지예산 수요 등이 날로 증가하는데 국가재정은 외환위기 이후 6년째 적자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정부 공식통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지난해 133조6,000억원으로 97년 60조3,0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국회도 면세시한 연장 등을 통한 농업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내년 6월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농어촌특별세 과세시한을 2009년 6월 말까지 5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재경위는 또 최근 법안심사 소위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농어가 목돈마련 비과세저축과 농ㆍ수ㆍ축협과 새마을금고 등의 조합예탁금(이자소득 2,000만원 이하)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시한을 올해말에서 오는 2006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회가 무턱대고 세제혜택을 남발할 만큼 세수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당장 내년 경제성장 전망의 불투명으로 정부가 짠 세입예산대로 세금을 거두기 어려워 내년 세입경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필요성까지 나오고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내년 총선에 급급한 나머지 농업정책을 표심 잡기의 볼모로 삼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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