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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파란대문'

성(性)이란 기본적으로 은밀한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대중문화에서 성은 광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구성애의 성교육 강의가 TV전파를 타고 수백만 시청자들을 찾아가는 데서도 알수 있듯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성은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스크린을 통해 나타나는 성문화는 은밀한 흉내를 내는 것과 노골적인 퍼포먼스를 취하는 것 두 종류가 있다. 어두컴컴하지만 어차피 객석이라는 광장적 속성을 피할수 없는 상황에서 은밀한 흉내를 내는 영화는 관객들과 어떤 교감을 나누려 하는 것일까.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이어 세번째 작품 「파란대문」에서 섹스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 김기덕(38) 감독은 90년대초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한 이력의 소유자. 그가 제목에 차용한 「파란」(blue)이라는 색감은 흔히 「노랗고」(yellow) 「빨간」(red) 색채를 이미지로 차용해온 섹스문화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블루」는 세기말적인 유기(遺棄)에 분위기를 맞춘다. 무엇을 버린다는 것, 「블루」는 자기부정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인지 「파란대문」의 주인공들은 모두 파르스레한 이미지에 감싸여있다. 「파란대문」의 집은 포항 해변에 있는 새장여인숙. 조개껍질과 물고기피가 바로 대문 앞까지 나와있는 비린내나는 곳이다. 물론 사람들이 빚어내는 야릇한 살내음과 함께. 새장여인숙은 아가씨 하나를 두고 손님을 접대해 온가족이 밥을 벌어먹고 사는 생계형 매춘업소. 이곳에 유난히 섹시하고 슬픈 얼굴의 진아(이지은)가 찾아온다. 자신을 닮은 그림 한 점과 금붕어 한 마리가 전재산인 그녀는 남주인 아버지(장항선), 어머니(이인옥), 그리고 아들 현우(안재모), 동갑내기 딸 혜미(이혜은)와 함께 살아간다. 해변에서 만난 사나이 동휘(장동직)와 기둥서방 개코(정형기), 그리고 혜미의 애인 진호(손민석)가 그녀와 함께 한다. 영화는 두 가지 기둥을 갖고 전개된다. 진아가 손님을 받으면서 벌이는 연속적인 섹스신. 그리고 어쩔수 없이 적나라한 섹스현장에 노출된 여대생 혜미와 진아의 갈등과 화해가 그것. 온가족이 진아의 성적 분위기에 녹아가는 플롯은 어딘지 낯선 외국영화에서 본듯도 하다. 영화에서는 야릇하면서도 웃기는 대목이 몇 장면 나오고, 절묘한 심리적 터치가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흡착제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성병을 앓아 병원에서 만나고 혜미의 몸을 간절하게 원하던 진호가 정작 일을 성사시키기 직전에 『너를 아끼고 싶다』며 포기하는 대목등이 웃기고, 혜미가 진아의 성행위를 엿듣는 장면과 진아의 일상생활을 미행하다 도리어 자신이 미행을 당하는 데에서 성(性)이 갖는 폭발적이면서도 은밀한 속내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홈드라마가 아니면서도 출연자 모두가 화해하는 보기드믄 플롯에서 영화 「파란대문」이 섹스 그 자체를 경배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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