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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北 ICBM 발사 예고에 다시 주목 받는 美 미사일방어체제

1950년대 구소련 미사일 맞서 첫 배치<br>현재 10여번 요격 실험서 57% 성공률<br>

레이저포를 이용해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레이저 탄도탄 요격기. 지난 2004년 탄도미사일 격추실험에 성공했다.

외기권 킬 비클(EKV)과 이를 탑재한 지상기반 요격미사일. EKV는 실제 폭발력을 지닌 탄두와 미끼 탄두를 구별해 요격한다.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로 불리는 독일의 V-2로켓.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 3,000발 이상의 V-2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제2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예고하면서 새삼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가 주목 받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북한의 이 같은 예고에 대응, 알래스카에 지상기반 요격미사일 30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MD의 3단계 중 중간 단계인 미드코스 방어계획과 관련된 것.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 개발 및 발사에 성공할지 여부와 함께 과연 MD가 모든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MD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본다. 방어수단 없었던 탄도미사일
탄도미사일이란 발사된 후 로켓의 추진력으로 가속돼 대기권 내외를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로 불리는 V-2로켓을 발사했을 때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최대 비행속도가 시속 5,760㎞, 목표에 충돌하기 직전의 속도 역시 시속 2,880㎞에 달하는 이 로켓을 막아낼 수단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V-2 로켓은 지난 1944년 9월부터 독일이 전쟁에 패하기 직전인 이듬해 3월까지 무려 3,000발 이상 발사됐다. 독일은 V-2로켓으로 전세를 뒤집지 못했지만 당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던 미국과 구(舊)소련의 관심을 촉발하기에 충분했다.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면 무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데 양국 모두의 생각이 미쳤던 것. 이에 따라 양국은 V-2로켓과 독일 기술자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구소련은 1957년, 그리고 미국은 1959년에 각각 ICBM 실전배치에 성공했다. 지상·해상·공중등 다양한 요격시스템 구축
우주 요격은 에너지 문제로 개발 착수 안해
"MD는 돈 먹는 하마" 지속적 유지여부 불투명
하지만 ICBM은 곧 미국과 구소련에 새로운 골칫거리가 된다. 서로 상대방의 ICBM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 더군다나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의 공격을 받으면 멸망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양국의 발목을 잡게 된다. 이이제이 방식의 방어전략
미국과 구소련이 탄도미사일, 즉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미사일이었다. 이이제이인 셈이다. 미국은 1950년대 최초의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나이키 허큘리스를 시작으로 스파르탄ㆍ스프린트ㆍ보마크 등의 ABM을 실전배치했다. 구소련도 1960년대에 걸라슈 요격미사일을 도입, 미국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섰다. 특히 양국은 ABM의 요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핵탄두를 탑재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핵탄두는 물리적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적의 탄도미사일 근처에서 폭발시키면 완파는 못해도 최소한 비행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1969년부터 진행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으로 미국과 구소련은 탄도미사일 및 ABM 보유수량 제한에 합의하게 된다. 하지만 소강상태를 보이던 탄도미사일 문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으로 새 국면을 맞는다. '강한 미국'을 주창한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구소련의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레이저포로 격추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한 것. 하지만 SDI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993년 파기됐고 미국은 이를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로 개편한다. TMD는 해외의 미군기지, NMD는 미국 본토를 탄도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한 계획이다. 미사일방어체제(MD)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ABM조약에서 탈퇴하면서 TMD와 NMD를 통합, 확대한 것이다. 명중률 57%의 지상기반 요격미사일
MD에는 지상ㆍ해상ㆍ공중ㆍ우주의 요격 시스템이 모두 포함되지만 주력은 지상기반 요격미사일(GBI)이다. GBI는 조기경보 위성과 신호정보 항공기가 적외선 및 신호정보 탐지를 통해 적의 ICBM 발사를 감지하는 것으로부터 운용이 시작된다. ICBM 발사 정보는 곧바로 미 본토의 북미방공사령부 전투관리센터와 요격미사일기지에 전달된다. 그러면 요격미사일기지에서는 탐지범위 5,000㎞인 고주파 X대역 레이더로 적의 ICBM을 추적, GBI를 발사해 요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ICBM은 탄두를 여러 발 탑재한다. 실제 폭발력을 갖는 탄두와 적의 주위를 분산시키는 미끼 역할을 할 가짜 탄두가 섞여 있는 것. 이에 대응하기 위해 GBI에는 외기권 킬 비클(EKV)로 불리는 탄두가 채용돼 있다. EKV는 일반 탄도미사일의 탄두와 달리 자체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데 GBI가 외기권에 도달하면 요격 목표물 근처에서 분리된다. 그리고는 자력으로 비행, 적외선 탐지장치로 실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분해 실제 탄두만 파괴한다. 요격 고도가 2,500㎞인 GBI는 현재까지 10여차례의 요격실험을 했으며 약 57%의 요격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해상ㆍ공중ㆍ우주의 요격 시스템
GBI와 달리 함정발사 요격미사일은 이지스함을 기반으로 한다. 이지스 구축함이나 순양함에 요격미사일을 장착, 조기경보 위성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ICBM을 추적, 격추하는 것. 다만 함정발사 요격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25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한계다. 이 때문에 적국이나 자국의 해역에 머물러 있다가 ICBM이 발사된 직후 가속될 때 혹은 지상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종 방어 때만 사용된다. 공중레이저시스템(ABL)은 레이저 탄도탄 요격기(YAL-1기)가 레이저포를 통해 적의 ICBM을 격추하는 것을 말한다. YAL-1기의 적외선 센서에 ICBM 발사가 감지되면 즉각 추적 레이더를 활용해 진행방향ㆍ속도ㆍ주변기류 등을 분석, 정확한 조준점을 산출한다. 그런 다음 회전식 포탑에서 3~5초간 레이저포를 발사해 파괴한다. 미국은 2004년 이 기술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하지만 ABL도 ICBM의 조준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해 발사 후 8~12초, 즉 가속단계에서만 격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우주요격 시스템은 위성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 적의 ICBM을 추진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골자. 하지만 원거리의 목표물에 레이저를 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해 소형 위성에는 탑재하기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아직까지 레이저 무기를 탑재한 위성의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미사일방어체제의 미래
MD의 핵심은 과연 적의 탄도미사일을 얼마나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현재 MD의 주력인 GBI의 요격 성공률은 57%에 불과하다. 실전에서는 실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외부효과들이 생길 수 있다. 특히 MD는 우주와 육해공을 넘나드는 복잡한 네트워크의 복합체인 만큼 사소한 것 하나만 틀어져도 요격 실패로 이어진다. MD의 방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GBI만 해도 계획보다 15억달러나 초과된 307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됐다. 1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돈 먹는 하마인 MD가 달가울 리 없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MD의 미래를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은 인간이 감당하기에 너무 버거운 존재며 그 공포의 그림자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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