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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 우리 기름] (10·끝) 좌담회

"해외유전 탐사·개발 국가지원 절실" <br>석유메이저 진출 뜸한 南美시장 선점 필요<br>후진 자원대국에 플랜트 지원 상생 모색을

이규진(왼쪽부터) 기자, 김동운 실장, 최수문 기자, 신기수 연구위원, 손철 기자, 김용식 연구위원, 박태준 기자 등 '남의 땅, 우리 기름' 기획 취재를 다녀온 취재팀 7명이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모여 현장에서 느낀 소감과 우리나라의 해외자원 개발역량 강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일하는 그분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영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유 자급률을 높이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국가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해 보입니다. 정부도 해외석유 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을 절감했고 국민들의 관심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는 지난 1월16일부터 ‘남의 땅, 우리 기름’이라는 제하의 해외유전 개발 시리즈를 게재했다. 서울경제 기자 4명과 포스코경제연구소 연구위원 3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은 지난해 12월 전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자원개발 현장을 찾아갔다. 동반 취재를 다녀온 7명이 1월30일 서울 역삼동 포스코경영연구소 회의실에서 각국 현장에서 느낀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참석자:김동운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협력실장ㆍ이규진 기자(예멘ㆍ오만), 박태준 기자(페루ㆍ브라질), 김용식 연구위원ㆍ최수문 기자(인도네시아ㆍ캐나다), 신기수 수석연구위원ㆍ손철 기자(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 사회:김인영 금융부장 -사회=우선 취재과정에서 느낀 점을 말해주시지요. ▦김용식=한국 기업들이 자원을 찾아 오지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모습에 자부심까지 느꼈습니다. 이런 자원 개발 노력이 이어지고 지속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신기수=이번 기획취재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성장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곳에서 역동적인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을 보았는데, 특히 그 나라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대단히 높은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규진=세계 유전 중에는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선점한 곳이 많은데, 아직 국내 기업들은 영세한 수준이었습니다. 자본을 키우고 집약해서 대형화해야 합니다. 실제 운영권을 확보한 기업이 없고 자본참여 수준인데 앞으로 역량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동운=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처해 있었습니다.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울러 석유 플랜트 설비 등 동반진출이 된다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원 개발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취재한 국가별로 인상이 달랐을텐데요. ▦신기수=카자흐스탄의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나 되며 개발이 절실한 나라였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박태준=남아메리카 국가는 상대적으로 오일 메이저들의 자원시장 선점이 덜한 곳입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과 개발 여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남미 국가들이 해외자원 개발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탐사나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자본력과 기술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최수문=인도네시아와 캐나다 개발현장을 다녀왔는데 후진국이나 선진국이나 자원이 있는 나라는 그들의 자원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국가에 자원을 쉽게 내주지 않지요. 우리는 그들과 같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후진국에는 플랜트 설비 같은 인프라를 지원해 그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김용식=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기업을 메이저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그럴 만한 여건이 되는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캐나다는 지금 샌드오일 붐이 일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지 않습니까. ▦손철=자원개발을 위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직원들은 정말 힘들게 남의 땅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너무 미흡한 것 같습니다. 지금 세계적인 자원전쟁 속에서 정부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신기수=프랑스는 석유 자급률이 80%를 넘고 이탈리아도 50%가 넘는다는데 우리 정부는 그런 준비가 미비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세림제지 같은 중소기업도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실패하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김동운=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사업을 기업에만 떠맡겨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지역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력과 인프라 지원을 집중하면 국가간 우호도 증대돼 유전개발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손철=현장에 가보니 현재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곳은 생산 중인 곳보다 탐사지역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지난 90년대 초반 확보한 광구를 외환위기 때 대부분 팔고 철수해 새로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유전개발에서 우리나라는 ‘잃어버린 10년’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탐사 중인 유전들이 3~4년 후 결실을 보게 되는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중장기 전략도 있어야 하고요. ▦이규진=이집트 취재를 하려다 불발됐습니다. 이집트는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 기업이 이 나라에서 최대 유전을 확보했다가 외환위기 때 매각하고 철수한 곳입니다. 유전개발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10년 정도 걸리는 사업입니다. 장기적인 호흡이 있어야 하는데 민간기업들의 자본력이 취약합니다. 유전개발 관련 정부 재원도 턱없이 적기 때문에 정책자금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유가추이가 자원개발에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요. ▦신기수=유가도 유전개발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최근 유가 하락은 온난화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앞으로 에너지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입니다. ▦최수문=에너지 확보 차원에서만 본다면 유가를 큰 변수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캐나다 오일샌드의 경우 생산비용이 배럴당 20달러로 비싼 편이어서 유가가 떨어지면 채산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채산성 없는 유전 확보에도 비관적인 시각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이규진=유전개발도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유가가 떨어질 때 광구를 확보해야 취득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후 유가가 오르면 채산성도 상승합니다. -사회=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지요. ▦김동운=에너지 관련 전문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합니다. 국내 대학에 에너지 관련 전공조차 없어요. 인력양성에도 국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박태준=자원개발이야말로 엄청나게 다양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유전 발굴을 위한 지질학은 물론 시추ㆍ생산설비, 심지어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까지 알아야 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국내 기업인들은 이런 각 분야의 일을 혼자 다 하고 있었습니다. 외국 파트너들이 놀란다고 합니다.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손철=최근 자원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기업들이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일하는 분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이 분야에 지원하는 젊은 인재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 취재 뒷얘기
더위 추위에 몸 파김치
한밤 길잃고 우왕좌왕
총든 주민보곤 '덜덜덜'
세계 유전개발 현장을 직접 방문한 취재였던 만큼 이번 취재팀의 고생도 적지않았다. 한밤중에 비포장도로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혹한의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김용식 연구위원과 최수문 기자는 심각한 기온차를 극복해야 했다. 그들의 취재지는 공교롭게도 한여름 날씨인 인도네시아와 정반대인 캐나다. 김 연구위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영상 30도를 웃도는 날씨였는데 다음에 방문한 캐나다 앨버타주의 '블랙골드' 광구는 한낮 기온이 영하 20도였다"며 "무더위 직후 극심한 추위를 겪는 낯선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예멘과 오만의 유전현장을 취재한 김동운 실장과 이규진 기자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여객기를 갈아 탔다. 김 실장은 "10여일 동안 비행기를 11번이나 갈아 탔다"며 "나중에는 너무 지겨워 비행기를 탈 때마다 티켓에 검은 줄로 지워나갔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근무하는 석유공사 직원들은 불안한 치안 때문에 사무실과 집을 오가는 것 외에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며 "거리에 오가는 사람 누구나 총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에 취재기간 내내 긴장됐었다"고 말했다. 신기수 수석연구위원과 손철 기자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동행 취재했다. 신 연구위원은 "차를 타고 끝없이 달려도 평원과 하늘뿐이라 여기가 땅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현장을 방문한 후 돌아오는 길에 비포장도로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정말 아찔했다"며 웃었다. 페루와 브라질 자원개발 현장을 찾았던 박태준 기자는 취재를 끝낸 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인천공항까지 37시간 만에 도착했다. 더욱이 브라질 항공사의 실수로 짐가방이 분실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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