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경쟁사들보다 늦은 상태인 KT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더 늦춰지게 됐다.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가 연기된 여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LTE 서비스는 당초 일정보다 늦춰질 예정이다. KT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2G 서비스를 종료한 후 8일 LTE 서비스 일정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행정법원이 강모씨 등 KT 2G 가입자들이 제기한 2G 종료 중단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올해를 넘겨 2G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KT가 2G 서비스와 상관 없이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는 이유는 2G 주파수(1.8GHz)에서 LTE 서비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주파수도 있긴 하지만 2G용으로 쓰던 주파수에서 LTE를 서비스할 경우 기존에 쓰던 통신설비를 업그레이드해 재활용할 수 있다. 아예 새로운 주파수로 처음부터 통신망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KT가 LTE용 주파수인 1.8GHz를 지금까지 2G용으로 써 오던 20MHz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2G 가입자들이 '방'을 비워주지 않으면 LTE 서비스 개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KT가 LTE로의 이행을 위해 2G 서비스를 종료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먼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검토한 후 항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항고할 경우 판결은 일주일 가량 걸릴 전망이다. 이 경우 KT는 약 2주 후에나 LTE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항고심에서도 방통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종료는 수개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 이처럼 주파수 때문에 KT의 LTE 서비스가 늦어진 데 대해 업계에서는 '주파수 전략이 부재한 탓'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KT는 LTE 용도로 쓸 수 있는 1.8GHz 주파수 중 일부(20MHz)를 지난해 정부에 반납했다. 당시에는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이었지만, 이 주파수를 반납하지 않았다면 KT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7월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해 KT는 주파수와 관련해 당장 1년 앞도 못 내다봤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이번 결정에 KT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 7월 LTE 서비스를 개시했다. 양사의 LTE 가입자만 해도 벌써 60만명을 넘어섰다. 또 LG유플러스는 올해 연말까지, SK텔레콤은 내년 4월까지 전국 84개 시에 LTE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전국에서 터지는 경쟁사의 LTE 서비스와 비교하면 뒤늦게 시작하는 KT의 LTE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편 6일 기준으로 12만5,000여명 남짓인 KT 2G 가입자들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2G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됐다. KT는 이들 가입자의 3G 전환을 위해 이전까지 제공해왔던 혜택을 2G 종료까지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KT는 자사 3G 서비스로 옮기는 가입자에게는 가입비ㆍ위약금ㆍ남은 할부금ㆍ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구입비용 등을 면제해주며, 또 일부 단말기 무료 제공, 24개월간 통화료 월 6,600원 할인혜택 등도 지원한다. 방통위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용자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T의 '성질 급한' 2G 서비스 종료 탓에 당분간은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4월 2개월 내로 2G 계획을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미 방통위의 허가를 받은 것처럼 광고를 내보내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지나치게 잦은 3G 전환 권유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날 독자적으로 KT 2G 가입자들을 모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