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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조직 개편의 원칙

그간 금융·기업부문과는 달리 정부부문에서의 개혁은 크게 미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다행히 늦었지만 지난주 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확정한 정부조직과 운영에 대한 개편안이 발표되어 본격적인 정부개혁이 시작되었다.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개편의 주요방향과 내용에 대하여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아직 국가적 위기에서 안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비상시국에 다시한번 정부내의 조직이익 싸움이 재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심히 우려된다. 개혁내용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때 우리는 그 개혁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금융과 기업분야의 개혁원칙은 다름 아닌 부실과 거품 그리고 중복된 부분을 걷어내고 새로운 여건에 맞는 효율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개혁에도 적용해야 한다. 각 부문에 동일한 개혁원칙을 적용하여야 개혁에 따른 갈등을 줄이고 개혁의 시너지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개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중복되는 정부조직은 통폐합하고 중복이 안되는 조직이라도 가능한 축소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부처의 신설을 최대한 배제하는 소위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제시된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17개 정부부처를 14개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어느 정도 작은 정부로의 지향을 노력한 측면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반면에 기획예산부(가칭)를 내각에 새로운 부처로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 개혁안이 작은 정부의 대원칙에 얼마나 철저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신설을 제안하는 기획예산부는 결국 없어진 경제기획원과 다를 바가 없다. 신설될 기획예산부는 예산의 경제적 효과를 판단함에 있어서 관련된 경제정책 업무를 다시 재정경제부로부터 가져오거나 중복된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핵심기능 중심으로 정부조직을 경량화하고 축소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정부서비스 생산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국가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처럼 절약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각 정부부처가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특히 정부기관이 직접 담당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는 계약을 통하여 민간에게 과감하게 이양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에 제시된 책임운영기관제도나 개방형 임용제도는 꼭 필요한 조처이며 이는 앞으로 보다 확대·발전해야 할 장치이다. 정부조직을 슬림(SLIM)화하고 그 고유영역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각 부처의 기능을 조화롭게 조정하여 국가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매우 긴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외환자유화를 계기로 우리 경제는 대외교란과 충격에 크게 노출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책의 통합관리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일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이번 개편안에서도 이러한 조정의 필요성을 수용하여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경제부처장관간의 회의제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조정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장관선임이 정치적 지분에 의하여 부분적이나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회의적이다. 한편 우리 경제에 있어서는 구조조정과정이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계속 진행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떠안게 되는 정부의 빚은 장기간 국민경제의 매우 큰 부담으로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GDP의 50%를 상회할 수 있다고 추정되는 거액의 정부 빚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축소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그 빚을 낸 주체가 예산을 책임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정부채무축소의 가장 핵심적인 도구가 예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볼 때 작은 정부라는 개혁원칙에 배치되게 기획예산부를 신설하여 부처를 늘리기보다는 예산기능을 경제정책 조정주체에 귀속시켜 긴요한 정책조정 기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동시에 국가 채무관리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산기능을 재정경제부에 소속시킬 경우 해당 부처의 권한집중과 남용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예산업무를 재정경제부의 내부기관에 담당시키지 말고 별도의 외청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예산행정의 주요 원칙을 법령으로 명시하는 등, 예산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재고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아무튼 국제무한경쟁의 시대에 정부내의 갈등으로 적전분열(敵前分裂)의 우(愚)를 범하지 말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대원칙에 충실한 정부개편을 조속히 마무리하여 정부가 다른 부문의 개혁과 경쟁력 제고를 보다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이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河成根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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