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보기술(IT) 자이언트' 텐센트가 이번에는 국내 금융 서비스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과 문화 콘텐츠에 이어 새 격전지로 떠오른 금융 서비스에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국내 시장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하나은행과 금융사업 협력을 위한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트랜잭션 뱅킹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제휴가 성사되면 텐센트는 현재 '빅뱅'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단숨에 큰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텐센트의 결제 서비스인 '텐페이'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텐센트의 웹 메신저 '큐큐(QQ)'를 바탕으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19%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한국에서 다음카카오와 삼성전자 등이 이제 막 모바일 결제를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결제 시장에서 텐센트에 버금가는 알리바바의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이미 국내 400여 개 쇼핑몰사이트와 제휴를 한 상태여서 자칫하면 결제 시장이 '중국 기업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IT 서비스에서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기업들은 노하우와 엄청난 자본력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국내 기업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텐센트가 결제 외에도 국내 은행과 제휴해 전통적인 금융업 업무에도 뛰어들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텐센트는 중국 현지에서 최초 민영은행인 '위뱅크(Webank)'를 설립한 정도로 '금융업 확장'에 관심이 큰 만큼 국내에서도 금융상품 취급 등에 의지를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텐페이 결제 후 잔액을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보유금이 9조 원을 넘긴 것을 전해진다.
이미 텐센트는 국내 IT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게임사나 인터넷 기업에 쏟아 부은 돈이 7,000억원대를 훌쩍 넘겼으며, 투자 대상의 면면을 봐도 다음카카오, 넷마블 등 굵직한 기업들이다.
최근에는 문화계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일 텐센트와 업무 제휴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텐센트는 YG 소속가수들의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를 텐센트 'QQ뮤직'을 통해 제공하며 콘텐츠 유통 독점권을 가지게 됐다. 텐센트와 YG는 또 공동으로 방송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중국 내 판권은 텐센트가 갖는 식의 계약도 맺었다.
텐센트의 행보가 가속화 되면서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 역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역시 텐센트와 마찬가지로 국내 전자상거래 및 콘텐츠 분야의 투자 및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알리바바의 국내 진출이 눈에 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은 양날의 칼"이라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현명하게 관계를 맺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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