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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력 청년실업자 증가, 부시 세심한 대책세워야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지난 주 화요일 아침 시카고의 북쪽 지역에 원인 모를 엄청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운전자들은 단지 백여m를 전진하는데 30분 가량을 소모해야 했다. 경찰까지 출동해 레이크 쇼어 거리의 길목을 막고 차량들을 우회시키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교통대란의 원인을 궁금해 하는 운전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경찰들은 당황한 모습으로 교통정리에 열중할 뿐이었다. 결국 이 소동의 원인 제공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구직자들로 판명됐다. 내용인즉 포드 자동차가 시카고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공장 근로자들을 대규모 모집한다는 소문이 인근에 퍼진 것. 혹한의 날씨도 그럴듯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에 찬 구직자들의 행렬을 막진 못했다. 이들의 `러시(Rush)`는 동트기 전부터 시작됐다. 아침 7시쯤에는 이미 2,000여명의 사람들이 트루먼 대학의 정문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추위에 떨며, 매서운 바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흡사 1920년대 대공황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소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신규 채용은 없었다. 대학측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예정돼 있긴 했지만 대부분 저임금의 일자리인데다 (아마도 그 중엔 포드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 공장도 포함돼 있을 법 하다) 그나마도 내년 채용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해프닝은 2003년 미국 고용시장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 고용시장 20년래 최악`이라는 1면 머릿기사에서 최근 2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실업 문제가 전쟁과 테러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의 커다란 근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빵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 줄을 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국 실업자들의 절망의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화요일 날 벌어진 시카고의 대 소동은 미국의 실업 문제가 통계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주 미 정부는 지난 1월 실업률이 5.7%로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고용시장의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받아들인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다. 정부 발표 통계는 구직 의사를 아예 잃어버린 실업자들을 제외시킨 것이어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소위 말하는 `의욕 상실 실업자(Discouraged workers)` 들은 지난해 여름 이후 100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실업자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계층이 교육을 잘 받지 못한 16세에서 24세의 젊은이들이라는 점. 이들의 할일이라고는 하루종일 거리를 배회하는 것 뿐이다. 학교를 조기 중퇴한데다 일자리마저 얻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55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미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대책을 마련하기 원한다면 이 같은 젊은이들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실업문제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있다며 “모든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경제 성장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만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는 이제 막 치료법을 제시했지만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더 많은 감세 혜택 정책으로는 그가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더 이상 실업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나라밖에서 이라크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 화요일 시카고에서 벌어진 교통대란은 집안(미국)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절박한 `비명 소리`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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