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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미국 신속지원 덕 살아났다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 정권이 교체되고 1년간의 긴 시간이 걸린데 비해 브라질은 3개월만에 안정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아시아보다 신속하게 브라질을 도와주었다는 점, 브라질 경제관료들이 아시아 국가보다 시장경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이다.브라질의 안정을 입증하는 지표는 주가와 환율이다. 사웅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 3개월 동안 무려 57%나 상승했다. 한때 1달러당 2.2 레알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최근 1.7 레알로 상승, 급속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페르디난두 카르도수 브라질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우선 브라질이 급속히 회복되는데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조기 진화가 주효했다. IMF는 한국과 타이·인도네시아에서 통화 폭락 후에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이에 비해 브라질에서는 레알화가 절하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415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아시아에서는 둑이 터진 후에 IMF가 달려왔지만, 브라질에서는 둑이 무너지기 전에 보수공사를 도와주었던 것이다. 미국의 대응도 대조적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97년 12월 한국 원화가 폭락할 때 「자동차에 잔고장이 난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브라질이 위기에 처하자 클린턴은 즉각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시아는 태평양 건너에 있는 먼나라지만, 브라질은 대륙에 연해 있는 미국의 뒷마당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응 속도가 달랐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카르도수 대통령의 경제팀이 위기 관리능력에서 아시아보다 한수 위라는 점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한국과 타이는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났을 때 어쩔수 없이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그러고도 금리 인상에 주저했다. 나중에 IMF의 요구로 금리를 인상했는데, 그 때는 해외 투자자들이 이미 빠져나가고 난 뒤였다. 이에 비해 카르도수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절반(400억 달러)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급격한 절하를 방지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두었다. 동시에 금리를 45%까지 인상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았다.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를 한 이른바 「시카고 보이」들이 브라질 경제팀을 장악, 국제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안정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2월말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에서 일했던 아르미니오 프라가씨가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되고서부터다. 스커더 펀드의 매니저 디에고 에스피노사씨는 프라가 총재가 거시정책을 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라질은 아직도 실세 금리가 42%로 살인적인 수위를 유지하고, 실업율이 8%를 넘어서며, 평가절하로 인해 물가가 들먹거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극복되지 않는 한 98년초 한국 주가가 반짝 급등했던 것처럼 브라질의 안정도 일시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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