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4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고액자산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교체가 활발해지고 있다. 펀드를 환매해 현금 보유비중을 높이는가 하면 종목도 빈번히 교체하고 있다. 또 일부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 대신 주식 투자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난 15일 역대 최장인 30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발생했다. 지난 8월28일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순유출이 발생하며 이 기간 동안 빠져 나간 자금이 4조3,240억원에 달한다. 반면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간주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지난 8월 말 66조1,000억원에서 현재 76조8,000억원으로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고액자산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중반으로 들어서자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최근 증시가 상승하면서 고액자산가들 중에서 상당수가 펀드 환매를 요청해왔다"며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나타낼 경우 재투자하기 위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조원 이상의 주요 펀드들은 이달 들어 대다수 설정액이 감소했다. 가치주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는 지난 8월 2조4,100억원에 달하던 설정액이 최근 2조2,800억원으로 감소됐고 경기민감주를 많이 담은 '삼성코리아대표' 펀드 역시 지난 8월 1조5,000억원을 넘던 펀드 설정액이 최근 1조4,100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종목 교체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급등세를 나타낸 은행ㆍ화학ㆍ자동차ㆍ조선 등의 업종에 포함된 종목들을 일부 매도하는 대신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하고 있다. 또 코스피지수가 부담스러운 만큼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도 축소하고 있다.
이경민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이사는 "자산가들이 레버리지 ETF와 조선ㆍ화학업종의 종목 비중을 줄이며 수익을 실현했고 의류ㆍ백화점 등 저평가된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자산가는 수익률 눈높이를 높게 잡으며 펀드 대신 주식투자로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이 이사는 "펀드를 환매한 자금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직접 사는 고액자산가도 증가하고 있다"며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매입하는 OCI같은 종목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 비중을 높인 뒤 재투자에 나서지 않은 자산가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롱쇼트 펀드 등으로 투자 가닥을 잡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수석웰스매니저는 "증시가 조정세를 나타내면 주식형 펀드에 재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에는 시장을 따라가기에는 늦은 만큼 롱쇼트나 ELS 투자에 나서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 역시 "주식형 펀드에서 이미 수익을 실현한 투자자의 경우에는 현재 액티브 펀드에 재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에는 중위험ㆍ중수익 성격의 롱쇼트 펀드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