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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신임사무관, 그들에게 기대를 건다


그들은 풋풋했다. 거침이 없었다. 열정이 넘쳤다. 얼마 전 신임 사무관들의 해외 봉사 활동을 동행 취재했다. 캄보디아의 빈민촌에서 만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사무관들은 푹푹 찌는 날씨에 나무배를 만드는 것을 도우며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쳤다. 이튿날에는 축구를 하며 때가 꼬질꼬질한 어린애들과 어울렸고 식사를 나눠주며 빈민들과 눈을 맞췄다. 설거지, 청소 등 힘든 일을 소화하며 봉사의 의미를 새겼다. 중앙공무원교육원 56기. 해외 봉사에 나선 7개 팀 가운데 캄보디아 팀 16명은 그렇게 5일간 캄보디아 오지와 빈민촌에서 보냈다. 공무원의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이번 해외 봉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 사무관은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배웠다"고 했고 또 다른 사무관은 "막상 와보니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저녁 회식 자리에서 격의없이 다시 만난 이들은 여느 젊은이들과 같았다. 열정적이고 발랄하고, 포부 또한 다부졌다. 직업에 대한 호기심, 사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었다. 유례없는 취업난 속,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평생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졌다는 안도감에 젖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공직사회에서 흔히 느껴지는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는 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 산하기관 또는 기업에 공무원은'갑'으로 통한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조직은 여전히 딱딱하고 기수와 서열이 중시된다.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기 식구를 먼저 챙긴다. 이렇게 된 데는 공직 사회 문화가 한몫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 고시 제도가 있다. 우리 나라는 고시를 통해 공무원을 선발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고시로 공무원을 뽑는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한 관료 사회의 폐해를 경험하고 있다. 신임 사무관들이 조직에 빨리 적응해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체계에 단순히 녹아 들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캄보디아 오지에서 흘린 땀, 그들이 보여줬던 열정은 그래야 비로소 의미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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