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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LG의 '도원결의'

“LG와 삼성이 협력을 결심한 것은 현대판 ‘도원결의’입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14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창립총회 축사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간 상생을 위한 ‘결단’을 이같이 비유하며 한껏 치켜세웠다. 일본ㆍ대만의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선 전략적 제휴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협하는 민감한 시기에 탄생했기에 협회에 거는 국민적 기대를 ‘도원결의’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상완 초대 회장은 “오는 2015년까지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규모를 현재의 2배인 100조원으로 끌어올려 ‘디스플레이 최강국 코리아’를 만들겠다”며 ‘천하통일’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창립총회에 협회장과 수석부회장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한 이 회장과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 등이 행사 내내 웃는 얼굴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후한 말 유비ㆍ관우ㆍ장비가 복숭아나무 아래서 ‘천하통일’을 다짐했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자 관계였던 삼성과 LG가 갑자기 협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날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권 사장은 이날 “8세대 LCD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진정한 상생이 될 것”이라며 표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 사장은 “제품 사이즈는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며 전혀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장비ㆍ재료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기존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대승적 협조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이는 대기업들간 신뢰가 없다면 결코 성사될 수 없다. 또한 협력 업체에 일방적으로 요구해왔던 납품가 인하 압박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협력 업체 사장은 “상생도 좋고 협력도 좋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대기업에 제품을 제값 받고 파는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보다도 ‘연합군’의 품질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국내 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깨닫고 이제라도 협력의 장을 마련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소중한 판이 마련됐으니 신명 나는 굿을 펼칠 때다. 말이 아니라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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