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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일본은 탄약 갖고 두번 모험하지 마라

한빛부대 탄약 1만발 지원 현지부대장 판단, 온당 적법 탄약 부족 자초는 반성 필요

日 비공개 깨고 정치쟁점화 의미 부여해 군국화 망상 한국, 두번은 당하지 않아

권홍우 논설실장 hongw@sed.co.kr


일본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 발단은 탄약. 아프리카 남수단에 유엔 평화유지군(PKO)의 일원으로 파병된 한국군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긴급하게 탄약 1만발을 빌린 게 사달이 났다. 우선 탄약 지원을 요청한 한빛부대 지휘관의 판단은 온당하다. 난민 1만 5,000여명이 몰리는 상황에서 공병대와 의무대 위주로 편성된 한국군이 불의의 공격을 받을 경우를 대비한 현명한 결정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한빛부대 실탄 지원은 적절하다'고 말했지 않나. 문제될 게 없다. 위급상황에서는 설령 빌린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적성국가라도 그렇다. 국민의 아들딸인 파병 병사들의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인데 이 역시 그들의 사정이다. 관심 없다.

문제는 이를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와 연결시키려는 일본 집권층의 속내다. 군사 대국화로 치달을 수 있는 집단자위권을 추진하는 일본은 남수단 한빛부대에 빌려준 탄약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 같다. 애당초 탄약을 지원받을 때 약속한 비공개 조건이 일본 언론에 의해 깨지고 일본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두 차례나 소집한 것도 미심쩍다. 더욱이 '실탄을 요청받은 유엔이 안전을 위해 PKO의 탄약을 재분배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극구 부인하며 '유엔을 거치지 않고 현지 부대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실탄 제공을 요청했다'고 맞받아쳤다. 저들의 말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비공개를 조건으로 했던 사안에 대해 동영상과 녹취록까지 들이대며 반박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군비 강화를 위한 헌법개정과 한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 아래 단순한 실탄 지원을 이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군도 반성할 대목이 없지 않다. 현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되도록 실탄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탄약이 호환되는 곳이 일본뿐이었다는 설명도 명확하지 않다. 남수단에 파견된 다국적 군대 중에서 공산권이나 나토 규격의 7.62㎜ 탄약을 쓰는 국가 말고도 우리가 채용한 5.56㎜탄을 사용하는 국가는 적지 않다. 아예 처음부터 여유 분량을 보유한 곳은 일본 자위대밖에 없었다고 밝히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한빛부대나 남수단의 자위대나 비전투병력 중심인데 왜 자위대처럼 충분한 실탄을 준비 못했나.



실탄 1만발이 실은 그리 대단한 물량도 아니다. 840발들이 탄통에 담으면 12개에 불과하다. 금액으로도 300만원 남짓한 물량을 가지고 엄청난 군사 지원이라도 한 것마냥 '무상 지원'을 강조하고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단다.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바라는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관심사일 게다. 미국이 한국의 반일 감정 탓에 한미일 삼각 안보체계가 정착하지 못하는 데 불만이라는 소식도 함께 들린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 미국이 간과하는 게 있다. 한국은 일본에 속고 당했던 경험과 기억을 결코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탄약에 대해서는 매우 쓰린 기억을 갖고 있다. 1907년 군대 해산령에 맞서 시가전으로 항거했던 대한제국군 시위대는 탄약 부족 때문에 끝내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한성 시내의 전투를 지켜봤던 미국 북장로회 선교의료사 올리버 에비슨(세브란스 공동 창립자)은 '탄약이 충분했다면 대한제국군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아쉬운 전투였다. 무기고와 탄약고를 미리 점거한 일제의 농간에 군사력을 상실한 뼈 아픈 역사를 가진 한국에 대해 탄약 가지고 장난치려는 일본인이 있다면 생각 접으시라. 자칫 원하는 바는 고사하고 역사와 안보를 분리해 한일관계를 설정해나간다는 흐름마저 끊어질 수 있다. 지원에 감사하며 끝날 수 있었던 사안을 가지고 일본은 더 이상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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