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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그린스펀의 마지막 고민


우선 뉴욕부터 흔들리는 모양새가 확연하다. 미 부동산 시장의 최근 동향이다. 지난 3분기 뉴욕시 맨해튼의 집값이 최소 10% 이상 떨어졌다는 게 지난 주 뉴욕타임스 보도다. 집값 급락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번져나갈 태세다. 동부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미 전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캘리포니아 쪽도 들썩인다. 지칠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져나갈 조짐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미 부동산 시장의 이 같은 추세는 많은 전문가들의 거듭된 우려 뒤 마침내 찾아오는 현상이다. 그 중에 한달 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고가 있었다. "주택 시장의 붐이 '필연적으로' (inevitably) 꺼질 것" 이라는, 여간해선 직설적 표현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그의 표현이 그런데 어쩐지 멋쩍게 들린다. 그의 주도하에 지난 1년 반을 지속해온 FRB의 금리 인상이 부동산가 폭등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려 11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미국 내 일부 비판론자들은 정책의 강도와 실기(失期)에 대해 그린스펀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그린스펀이 경기회복이란 명분아래 이미 90년대 말 기술주 거품과 함께 부동산 거품을 방치했다는 게 그들 주장이다. 이들 중 폴 크루그먼과 폴 새우얼슨 등 당대 석학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동산 거품과 함께 그린스펀 책임론이 좀 더 불거지는 분야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다.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온 미국의 적자 상황은 이미 치료 난망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쌍둥이 적자가 중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연결되면서 이것이 다시 미국내 부동산 가격과도 연관되는 고리를 만들고 있다. 미-중간 경제 갈등의 최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린스펀 책임론은 그가 지지한 '강한 달러'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무역 적자 확대로 인한 부분이다. 특히 재정적자 확대 문제에 관련한 비난 여론이 높다. 클린턴 정부때 대규모 흑자를 달성했던 재정이 부시 행정부에 들어 엄청난 적자로 돌아선 데 대한 책임론이다. 부시의 감세 정책에 중앙은행장이 중립성을 잃으며 공화당 강경파들에 휩쓸려 재정적자를 함께 키워나갔다는 지적이다. 월가 제1의 파워맨 조지 소로스를 비롯 모건 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 등이 그 같은 주장을 펴는 인사들이다. 그린스펀의 공(功)과 (過)를 말하는 것은 고유가와 태풍 카트리나 사태 등에 묻혀 한동안 잠잠했던 위안화 환율 문제가 그린스펀의 방중(訪中)과 때를 맞춰 다시 미국 경제 현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에 맞춰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시기적 이유때문이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찬사들에 묻혀 그의 과오에 대해선 여론에 드러난 게 사실상 별로 없다. 그러나 앞서 말한 부동산 버블과 쌍둥이 적자 외에도 몇몇 부분에서 그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결코 없었던 적이 없다. 18년 중앙은행 총재 재임 기간 동안 그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 받는 선제적 조치에 의한 인플레이션 억제 조차도 전임 FRB 의장 폴 볼커의 덕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일부 시각에도 불구 그러나 그가 미국 경제에 끼친 공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에 대한 비난은 여전히 주류가 아닌 소수 의견일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재임 18년 중 일궈낸 전례 없는 장기 성장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판을 짜온 앨런 그린스펀. 내년 1월이면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질 그가 지금 사실상 마지막 중국 방문길에 나섰다. 부풀을 대로 부풀려진 부동산 시장 거품 등 미 국내 경제 현안들이 쌓인 상황 아래서다. 미국 경제 만병의 원인이고 자신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적자 상황 해결의 어떤 실마리를 중국 방문에서 찾아 낼 수 있을까? 무려 18년 미국 경제를 조타(操舵)한 마에스트로의 마지막 지휘봉을 쳐다보고 있자니 노(老) 경제 거인의 손놀림이 어쩐지 여전 같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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