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사서 나눠주면 증여, 당첨금 긁은 사람이 주인

복권 사서 나눠주면 증여, 당첨금 긁은 사람이 주인법원 당첨금 가로챈 최초 구입자에 집유선고

자신이 구입해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 복권이 거액에 당첨되자 복권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당첨금의 대부분을 차지한 복권구입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기동(金起東) 판사는 19일 복권 구입비를 자신이 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 복권의 당첨금의 대부분을 차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신모(41)씨에게 횡령죄를 적용해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해 10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입정동 K다방에서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월드컵 체육복권 4장 가운데 2장이 각각 1,000원에 당첨되자 다시 이돈으로 복권 4장을 구입해 함께 있던 다방여주인 윤모씨, 김모(36·여)씨 등 여종업원 2명과 나눠가졌다.

이 가운데 윤씨와 김씨가 긁은 복권이 각각 2,000만원에 당첨되자 신씨는 당첨금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3,120만원을 은행에서 찾아온 뒤 「최초 복권구입비를 내가 댔지만 함께 복권을 긁은 점을 감안하겠다」며 다방주인 윤씨에게 600만원을 주고 김씨 등 여종업원 2명에게는 각각 100만원씩 나눠주려했다.

그러자 여종업원 김씨는 『복권을 긁은 사람이 당첨금을 가져야 한다』며 100만원을 받지 않고 신씨를 검찰에 고소했으며 신씨는 횡령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징역1년이 구형됐다.

金판사는 『신씨 소유의 복권을 고소인 김씨 등 3명이 대신 긁었다면 복권의 당첨금은 신씨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황으로 보아 신씨가 처음에 자기돈으로 복권을 구입해 김씨 등에게 나눠준 것이기 때문에 복권을 신씨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그러나 신씨가 초범이고 자기 돈으로 복권을 구입한 점 등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金판사는 또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 과연 당첨금이 누구의 소유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으나 동료 판사 및 일반인들에게 자문을 구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신씨가 복권을 증여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씨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정곤기자[e-mail]

입력시간 2000/06/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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