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 정체성 담은 0914로 'MADE IN KOREA' 자존심 세워야죠"

■ 독자 명품 핸드백 선보이는 박은관 시몬느 회장









박은관 시몬느 회장 0914-1
박은관 시몬느 회장이 14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0914' 플래그십 스토어 2층 와이너리풍의 핸드백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ODM 전문기업으로 기술력 인정 "韓 개성·품격 담은 명품백 나올때"

230개 스타일 600여개 제품 출시… 버버리·마크제이콥스와 정면승부

글로벌 PEF 블랙스톤 3억弗투자 "3년내 뉴욕증시 상장 추진할 것"


버버리·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코치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20여곳에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핸드백을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 30년도 채 되지 않는 업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명품 핸드백 10개 중 하나는 이 회사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럭셔리 마켓' 집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점유율은 9%에 이르고 미국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명품 핸드백 제조회사 시몬느가 그 주인공이다. 시몬느는 오는 19일 한국 핸드백 산업 역사에 이정표가 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대한민국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가진 독자 명품 브랜드 '0914'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14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0914'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박은관(60) 시몬느 회장은 "그 동안 무대 뒤(back stage·시몬느의 핸드백 박물관 '백스테이지'와 동음이의어)에서 일했지만 이제는 무대 위로 올라가 한국의 정체성을 지닌 제대로 된 핸드백으로 승부하고자 한다"면서 "0914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것은 내가 현직에 있는 20년 동안 열매를 맺기 어려울 수 있지만 꽃봉오리라도 피우겠다는 심정으로 도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명품 핸드백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나라의 경제력은 물론 문화적 성숙, 국가의 품격 등 제반 조건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한류 붐이 일어나면서 한국은 특별한 나라, 문화적으로 개성과 품격이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어요.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을 굳이 표방하지 않더라도 아시아의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로도 승산이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겁니다.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던 시몬느는 대한민국 국적의 명품 핸드백 브랜드를 내놓아야 할 권리이자 의무를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왜 브랜드 이름이 '0914'일까. 시몬느가 명품 핸드백 노하우를 집대성해 쏟아낼 브랜드 '0914'는 사실 1984년 9월 14일이라는 날짜에서 유래했다. 부인 오인실 씨와 수년간 연애하다가 1979년 갑작스럽게 헤어졌던 박 회장은 1984년 9월 13일 그녀와 재회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운명의 날인 14일 토요일 싱숭생숭한 마음에 오후 근무를 제치고 그녀와 자주 가던 경복궁 근처 커피숍 '준(JUNE)'을 찾아갔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담배를 피워 물었을 때 그녀가 입구 앞 계단으로 걸어 내려온 것. 그가 앉은 쪽을 향하던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면서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자리에 얼어붙었다고 한다.

이 역사적인 날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은 언젠가 자체 브랜드를 만들면 반드시 '0914'이란 이름을 붙이겠다고 일찌감치 결심했다.

시몬느의 가방 제작 30년 노하우가 담길 '0914'는 '투박하지만(rustic) 격조 있는(noble)' 브랜드를 지향한다. 오는 19일 그랜드 오픈에 선보일 제품은 230여개 스타일의 600여개 제품이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제품을 첫 출시 때부터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시몬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박 회장은 자신한다. "우리는 라인에서 자동으로 찍어내듯 만들어낸 소위 '3초 백(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범용 핸드백)'은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색상은 물론 소재에서도 철저하게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유럽의 명품 브랜드 못지 않은 품격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가격대는 50만~150만원으로 마크제이콥스나 버버리 수준으로 책정했다. 에르메스나 샤넬처럼 최고가 프리미엄 라인은 아니지만 유럽산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기존에 어느 브랜드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올해 매출 1조원, 영업익 1,60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시몬느는 최근 글로벌 톱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3억달러(지분 30%)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화제를 낳았다. 박 회장은 "시몬느의 ODM 사업부문을 스핀오프한 시몬느AC(액세서리 컬렉션)의 지분 30%를 넘긴 것으로 3년 후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국의 명품 핸드백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시몬느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으로 블랙스톤이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시몬느홀딩스는 신규 브랜드 '0914' 사업을 비롯해 자산운용과 부동산 투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