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날 폭스 뉴스의 인기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로 지난해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란은 조만간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이란은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벌써 합의를 위반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지금 이란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의 잘못된 핵합의 때문에) 이란이 강한 힘을 갖게 됐다”면서 “이란은 현재 사우디를 들이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들은 석유를 원하고 돈을 원하고 그 이외에도 많은 다른 것들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솔직히 말해 지금은 이란이 사우디로 나아가려는 국면인데 사우디는 우리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면서 “문제는 과연 어느 시점에 우리가 (이번 사태에) 개입하느냐, 또 그 대가로 사우디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지불하느냐 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사우디를 돕고 보호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우디 역시 경제적으로 우리를 도와야 한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는 하루 평균 10억 달러(1조1,900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은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으로 곤혹한 입장에 처한 미 행정부가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고자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등 동분서주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현재 오랜 우방인 사우디의 편을 들기에는 핵합의 이후 미래 관계를 다져나가야 하는 이란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형국에 놓였다.
사우디는 앞서 지난 2일 시아파 진영이 사면을 강력히 요청한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포함해 테러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 47명의 형을 집행해 이란의 강력한 반발을 산 데 이어 이어 3일에는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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