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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경제, 이노베이션에 답 있다

김동헌 에피투스컨설팅 대표

김동헌 에피투스컨설팅 대표

즐거운 상상을 하나 해보자. 500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돼 걱정이 없다. 꽉 짜인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시간도 여유롭다. 여기서 질문 한 가지. 이렇게 돈과 시간 걱정 없이 정말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파는 사람이 없어 못 사는 것이 있는가. 대답은 '아니요'일 것이다. 이미 세상에 있을 만한 것은 다 있기 때문이다.

장난 같은 이 질문이 의미하는 바가 한 가지 있다. 만약 창업을 하고 싶다면 이노베이션이 필수라는 사실이다. 이노베이션은 남이 보지 못한 것을 간파하고 남이 하고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기업을 창업하려 한다면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은 배가(倍加)된다. 사회적 경제는 기업으로의 성공 외에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순 고용 창출, 소득 분배의 균형, 사회 문제 해결, 바람직한 가치 증진 중 하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이 중 이노베이션 없이 달성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이노베이션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경제도 같은 상황이다. 일반 기업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제품과 서비스, 정부의 사회복지 업무와 유사한 사업 내용, 우리나라 상황과는 맞지 않는 외국 사례의 복제 등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 4년간 사회적 경제 지원 기관들과 일을 해오면서 이노베이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봤다. 아이디어의 촉진과 적절한 후속 지원이 제공된다면 역동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주체들이 많이 있음을 확인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넘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행을 위해 사회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수행해야 할 이노베이션은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이 완수하기에는 난도가 너무 높다. 사업적 가치를 위한 이노베이션은 사람의 본성을 정확히 이해하면 되지만 사회적 가치를 위한 이노베이션은 사람의 본성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과시적 소비와 말초적 자극에 길들어 있는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사회적 경제가 우리나라의 존속과 번영에 필요 불가결한 신뢰 자본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 경제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정의롭고 착한 기업임을 표방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기대와 책무에 비해 지난 2012년 말 현재 3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고용유지율(급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은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안타까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신뢰 자본의 상실은 시장 실패만큼이나 큰 문제를 낳는다.

하지만 해결 방안이 있다는 것은 희망의 근거가 된다. 힘들지만 이노베이션으로 사회적 경제의 비전과 미션이 현실화돼나가기를 소망한다. 출발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와 그 가치의 구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의 개발로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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