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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태식(46·가명)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시력검사를 위해 함께 안과를 찾았다가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압(안구 내 압력)이 정상보다 다소 높게 나온 최씨는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녹내장 초기로 진단을 받았다. 최씨는 "눈이 가끔 건조하다는 것 외에 별다른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했는데 방치할 경우 실명까지 갈 수 있는 질환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부에 문제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황반변성, 당뇨합병증인 당뇨망막변성과 더불어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안과질환으로 꼽히는 녹내장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 10명 중 9명이 진단시까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2만명이던 녹내장 환자 수는 지난해 76만명으로 최근 4년 새 46%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녹내장 환자 대부분은 스스로 병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11일 한국녹내장학회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0세 이상 남녀 1만3,8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710명의 녹내장 환자 중 약 9%(63명)만이 본인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별다른 증상이나 통증이 없는 녹내장의 특성 때문에 스스로 병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다 병의 심각성에 대한 경계심도 높지 않아 치료에 소홀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기호 한국녹내장학회 회장은 "녹내장은 3대 후천성 실명 원인질환 중 하나지만 증상이나 통증이 없어 자각하기 쉽지 않다"며 "녹내장 위험 인자에 해당 사항이 있다면 사전에 적극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겨 시신경과 망막세포가 손상되고 시야가 좁아지며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실명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우리 눈의 경우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가 계속 생성돼 방수 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만약 이 방수 배출구에 이상이 생겨 방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눈 속에 고이게 되면 눈의 압력(안압)이 올라가고 시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가장 흔한 녹내장 형태인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초기 단계에서는 증세가 거의 없고 시야 손상이 바깥쪽부터 시작돼 점차 눈의 중심부까지 보이지 않게 됨으로써 증상이 악화할 때까지 시야가 좁아진 것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국문석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대부분 녹내장은 만성으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아무런 자각증세 없이 진행이 된다"면서 "간혹 급성인 경우 두통·안통 및 구토를 호소하며 밝은 전구를 봤을 때 주변에 무지개 같은 것이 보이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40대 이후에는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안압검사 등이 포함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흡연과 비만·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뇌졸중 등도 녹내장 발병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압의 정상치는 10~21㎜Hg로 간주되고 있으나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안압이 21㎜Hg보다 낮은 경우에도 정상 안압 녹내장과 같이 시신경 손상이 오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녹내장 발생 위험군의 경우 안압 외에도 시야 손상 유무를 점검할 수 있는 시야 검사와 안저 검사, 시신경 검사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녹내장으로 일단 나빠진 시력과 좁아진 시야는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녹내장 발견 당시의 시력과 시야를 현상유지 하는 방법이 최선의 치료 목표다.
녹내장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눈에 넣는 안약이다. 경우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안약을 동시에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최소한 5분 간격을 두고 한 방울만 눈에 정확히 들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에 따라 레이저 치료와 방수배출구를 만들어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국 교수는 "녹내장은 완치될 수 없으며 조절할 수밖에 없는 질환"이라며 "당뇨병 환자가 식이요법과 인슐린으로 혈당량을 평생 조절하듯 녹내장 환자도 약물과 레이저치료·수술로 안압을 조절해 시야의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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