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지카바이러스 관련 긴급당정협의’에서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부터 (감염병 발생국에서) 제3국을 거쳐 들어오는 사람을 당국이 인지할 방법이 없어 고민을 해왔다”며 “오는 6월까지 KT와 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같이 해서 올 연말까지 ‘스마트 검역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스마트 검역 시스템은 휴대폰 로밍 정보 등을 활용해 입국자가 귀국 전 방문한 국가를 빠짐없이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여행자가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병 발생국가를 방문했더라도 다른 국가를 거쳐 입국하면 검역 당국은 입국자가 마지막으로 들른 국가만 확인할 수 있다. 여행사 등이 관리하는 여행자 예약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서도 입국자의 방문 국가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경우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또 해외 감염병 바이러스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공항 검역대에서 입국자의 해외 경유 정보와 발열 상태 등을 동시에 점검할 수 있는 자동검역심사대 시범 사업을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헌혈자의 출입국 기록을 전산상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을 다녀온 사람은 헌혈을 한 달 동안 할 수 없지만 헌혈자가 해당국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헌혈의 집은 이를 알 방법이 없다. 더욱이 바이러스 등이 활성화되지 않는 상태의 혈액은 검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을 우려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현 제도로는 헌혈자들의 말만 믿고 헌혈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헌혈자의 출입국 기록을 전산상에서 보려면 입법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지카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첫 환자 L(43)모씨는 모든 증상이 회복돼 이날 퇴원했다. 보건당국은 의료기관에 내원자가 지카바이러스 발생국가 여행 경력이 있는 경우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보건소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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