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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해운업] 中은 새선박 발주때 정부가 절반 지원…안보 등 고려 국적선사 반드시 살려야

<하>외국 사례로 본 해결 방안

해운사 금리 4~5%까지 낮추고

만기 연장 등 고강도 대책 절실

신규선박 발주 여건 만들어줘야





세계 해운시장 부진이 길어지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선사들은 정부 도움 없이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다. 시장논리에만 맡긴다면 국내 선사들은 치킨게임에서 밀려나 자취를 감춰야 하지만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있어 해운업은 일개 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안보위협이 커졌을 때 변함없이 물류를 맡을 곳은 국적선사뿐이라는 점도 해운업에 특별한 가치를 더한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와 중국 등 강대국들은 자국 해운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금융지원을 통해 글로벌 상위권 선사를 키워왔다. 양대 국적선사가 초유의 사태에 빠진 지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보여주는 사례다.

19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입화물의 99.7%가 선박으로 운송되며 원유와 가스,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역시 전량 바닷길로 들어온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분단으로 대륙과 육로가 끊긴 한국은 경제 발전과 해운업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는 환경이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안보위협이 극도로 높아졌을 때 외국 선사들이 한국 항구 기항을 포기하더라도 국적선사는 의무적으로 전시물자와 병력을 수송한다. 실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이 75일만에 승리한 배경에는 병력을 신속히 실어나른 상선대의 힘이 컸다.

부산이 국제 무역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것도 국적선사의 힘이 컸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적선사가 사라지면 해외 유력선사들이 굳이 부산까지 운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사들은 각 선사가 모여 얼라이언스(동맹)를 맺는다. 현재는 양대 국적선사가 속한 얼라이언스 소속 선박들이 부산을 필수 기항지 중 하나로 거친다.

그러나 한국이 얼라이언스에서 빠지면 유럽-아시아 노선의 경우 아시아 종착지가 중국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행 화물은 중국에서 다시 지역 내 노선으로 갈아타야 해 물류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중국이 해운업을 육성하고자 노후 선박을 없애고 운용효율이 높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선박값의 최대 절반까지를 지원하는 육성책을 펴고, 프랑스가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쳐 세계 3위로 끌어올린 것도 해운업의 중요성을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덴마크의 머스크 역시 자국 금융지원을 토대로 초대형컨테이너선을 확보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밖에 독일이나 인도, 일본 등 해운업에 다각도의 지원을 펼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운업계는 우리 정부와 채권단이 해운사의 금융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경쟁력이 뛰어난 신규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해운사 금리를 지금의 절반인 4~5%까지 낮추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신규 선박을 도입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해운사의 한 관계자는 “고용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부실 규모가 훨씬 적은 해운사들이 정부로부터 홀대받고 있다”며 “해운업이 국가경제와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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