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은 클래식 악기 가운데서도 남다른 위치에 있다. 비잔틴 시대까지 거슬러 가야 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데다 건물 한 벽을 통째로 차지할 정도로 크기도 압도적이다. 다채로운 음색과 선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한 대만 있어도 오케스트라 편성 못지않은 음악을 구현해낸다는 이 악기를 두고 모차르트는 ‘악기 중의 왕’이라고 칭송하기까지 했다.
이런 파이프오르간이 주로 교회·성당 등에 설치되고 종교음악만을 위한 악기로 여겨진다는 건 안타까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대형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과 오는 8월 개관할 롯데콘서트홀뿐. 전문 연주자도 많지 않아 연간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정식 공연이 10회가 채 안 된다. 세종문화회관이 2008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여는 기획공연이야말로 이 악기의 매력을 만나볼 귀한 기회인 셈이다.
올해로 9번째인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시리즈는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말 그대로 오세아니아·아프리카·아메리카·유럽·아시아 대륙을 대표하는 세계적 오르가니스트들이 모여 파이프오르간 연주의 정수를 들려주겠다는 기획이다. 무대에 오르는 다섯 명의 연주자는 현존하는 오르가니스트 가운데 가장 많은 음반을 출시한 걸로 유명한 호주 출신의 토마스 헤이우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현재 빈 음악대학 교수인 제러미 조셉, 북미와 유럽 등의 무대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출신 마이클 엉거, 폴란드의 여러 음악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활약 중인 마렉 스테판스키, 탁월한 즉흥 연주와 친근한 공연 진행으로 이름을 알린 한국 대표 오르가니스트 김지성이다.
이들은 27~28일 이틀간 각기 개성 있는 솔로·듀오 연주 등도 선보일 예정인데 하이라이트는 28일 토요일에 열리는 ‘눈부신 오르간의 밤’에서 만날 수 있다. 다섯 명의 연주자는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슈만, 시벨리우스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각각 연주한 후 피날레로 4명의 오르가니스트를 위한 연주곡 ‘탱고 1997’을 5명이 함께 또는 번갈아 가며 연주할 예정이다. 토마스 로스의 1997년 작품인 이 곡은 무려 424개의 건반을 눌러야 하는 대작으로 파이프오르간이 어째서 ‘악기의 왕’이라 불리는지를 느끼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27일은 ‘바흐의 밤’이라는 이름 아래 오르간 음악의 대표 작곡가 바흐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 3만~9만 원 (02)399-1000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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