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다 구속해라. 길거리에 다니지 못하게 해라….’
지난 17일 벌어진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조현병(정신질환)에 의한 묻지 마 범죄라는 발표가 있고 난 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또 다른 혐오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험성은 미미한 수준이라 일련의 비난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 고립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지난 2014년 각종 범죄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 총 171만2,435명 중 ‘정신장애범죄자’는 6,265명으로 약 0.3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로 검거된 2만5,065명 중 정신질환자는 654명(약 2.6%)이고 특히 살인(살인미수 포함)을 저지른 1,022명 중 정신질환자는 64명(약 6%)이다. 정신장애범죄자가 저지른 강력범죄 중에도 살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약 9% 수준이다. 2013년의 경우도 경찰에 검거된 174만1,302명 중 정신장애범죄자는 5,858명에 그친다. 또 강력범죄자 2만5,351명 중 619명이 정신질환자이고 살인으로 검거된 997명 중 59명이 정신장애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정신장애범죄자가 총 범죄자 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은 2010년 이후 대동소이하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연구논문 등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박지선 전 경찰대 교수는 2014년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정신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 범죄의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없다’며 ‘단순히 정신장애 자체를 범죄의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와 동반해 나타나는 사회적 고립이나 약물 남용 등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통합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신질환의 위험성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특정 범죄에 있어 정신질환이라는 개인의 병리적 증상에만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신질환에 대한 비난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난의 행태가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고립을 가중시키고 회복을 더디게 만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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