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시제품이 나왔다. KF-X 장비 중 가장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이 첫발을 뗀 것이다.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 중인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장비다.
ADD는 한화시스템 용인 레이더연구소 시험장에서 AESA 레이더 시제품의 빔(전파) 방사 시연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방위사업청은 “ADD 주관 아래 KF-X AESA 레이더 시제 개발업체인 한화시스템이 AESA 레이더 ‘입증 시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술 검증 모델’로도 불리는 입증 시제는 AESA 레이더 하드웨어의 국내 개발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입증 시제는 향후 전투기에 실제 장착하는 ‘탑재 시제’로 발전된다. 전투기 앞쪽 ‘노즈(nose)’ 부분에 실제 AESA 레이더를 장착하려면 크기와 무게를 더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AESA 레이더를 KF-X에 체계통합하는 AESA 레이더 개발사업 규모는 약 36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이 체계통합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국내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한화시스템이 공개한 입증 시제는 빔을 쏘고 목표물에 반사된 빔을 받아들이는 송수신모듈(TRM) 1000개급으로, 최근 1차 성능 점검을 마쳤다. ADD는 비행 환경에서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다. ADD는 오는 9월 AESA 레이더 입증 시제를 이스라엘 엘타사로 보내 송수신장치와 결합하고 지상·비행시험을 통해 2차 성능 점검을 할 예정이다.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기는 방향을 바꾸지 않고도 공중, 지상, 해상의 광범위한 전장환경에 대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빔 방사 범위는 좌우, 상하로 각각 120도다.
KF-X 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 F-4와 F-5를 대체하는 국산 전투기 120여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규모는 8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단은 내년에는 KF-X 시제기 제작에 착수하고 2022년에는 시제기 1호 초도비행을 할 계획이다. KF-X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KF-X 개발사업은 미국의 기술지원 여부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미국 측의 기술지원 협조가 잘 이뤄진다면 KF-X 개발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은 KF-X 설계 과정에서 공대공 무기체계 자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승인이 까다로운 절차 탓에 지연되자, 이를 유럽 방산업체에서 받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단거리 미사일은 독일 딜사의 ‘IRIS-T’, 중거리 미사일은 영국 MBDA사의 ‘미티어’ 자료를 받기로 하고 이들 업체와 협의 중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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