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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없는 은행 '금고유치 경쟁'

서울시 복수금고 도입키로

한곳 나올때 마다 모든 은행 가세

자금·고객확보 유리하다지만

사실상 제로 수익…은행은 울상





예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가 103년 만에 처음으로 복수금고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서울시 25개 구금고에다 인천시금고 등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도 새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어서 올해 은행권에서 기관영업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관 고객 모시기 속 과도한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부터 4년간 자금을 관리할 서울시금고 지정공모에서 1금고(일반·특별회계)와 2금고(기금)로 나눠 공개경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서울시 금고지기는 우리은행이 103년간 단독으로 맡아왔고 올해 12월31일 약정기간이 만료된다.

서울시가 복수 금고체제로 전환한 것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형평성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요구한 것을 들어준 측면이 강하다. 현재 17개 광역 지자체 중 서울시만 유일하게 단수금고제를 운영하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금고를 맡으면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의 자금 유치뿐 아니라 해당 기관 직원까지 고객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금고와 2금고 모두 복수 지원이 가능해 은행 간 눈치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성하는 입장인 우리은행과 도전자인 KB국민·신한은행은 1·2금고에 다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3파전이 예상된다. 지방자지단체 금고의 강자인 NH농협은행도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특별회계도 일반회계와 같이 1금고로 묶였지만 처음으로 기회를 열어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은행장들도 별도의 팀을 구성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입찰 금리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니 수익성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우선”이라며 “단 적자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따내려고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25∼30일 금융기관들의 제안서를 접수해 심의한 뒤 오는 5월 중 금고 업무 취급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업무 관리 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서민금융 지원 실적 포함) 등이 평가요소다.



이 중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에 대해 논란이 크다. 지역사업에 내는 출연금 규모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6대 은행의 시금고 관련 출연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4년간 서울시에 연간 1,400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4년 전에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서민금융을 지원하겠다는 카드를 제시해 가산점을 받았다. 더불어 해당 직원들에게 지나친 대출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여건이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신규 먹거리를 찾는 시중은행들의 기관 고객 유치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인천·전북·세종·제주의 광역자치단체가 새 금고은행을 선정한다. 서울시까지 합쳐 이들 5개 지자체 예산만 60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현재 15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사학연금이 수탁은행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신한은행이 맡고 있으며 수탁관리에 따른 수수료가 수십 억원에 이른다. 하반기에는 서울시 25개 구금고도 새로운 금고지기를 찾는다. 서울시가 복수금고로 가게 되면 구청금고도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25개 중 17개 구청이 단수금고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간편사업자 부가가치세 국고수납 대행,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서부발전 주거래은행까지 입찰이 예정됐다.

앞서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이 간사은행 자리를 수성했고 기존의 6개 은행 중 KEB하나은행이 탈락했다. 대신 하나은행은 우리은행이 맡았던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 은행에 선정됐다. 지난해 자산 규모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은 우리은행이 신한은행 자리를 빼앗았고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이 맡아오던 경찰공무원 대출(무궁화대출)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제2여객터미널 은행·환전소 사업자에서 고배를 들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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